뉴 시즌 클리닝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패션 인사이더들이 당신의 옷과 옷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 tip,청소,클리닝,옷장,정돈

새로운 계절과 함께 옷장을 업데이트하고 싶은 조급함이 찾아 올 것이다. 올여름 구입한 하늘하늘한 실루엣, 활기찬 색감의 아이템들은 새로운 시즌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스웨터를 위해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걸 다 어디에 둘 것인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은 정리와 효율이다. 가을 스트레스 지수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면 옷장을 정돈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필수 팁들을 읽어보 기 바란다.일찍 시작하라.청소를 하는 데 있어 지금만큼 적절한 타이밍은 없다. “집에 이동식 옷걸이를 한 개 더 들여놓을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청소를 시작하세요.” 버그도프 굿맨의 패션 오피스와 매장 프레젠테이션의 수석 부사장 인 린다 파고(Linda Fargo)는 농담처럼 이야기한 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려면 날씨가 바뀔 때 날을 잡으세요. 그래야만 다가오는 계절에 대처할 수 있고, 투자해야 할 옷들이 무엇인지 판단력이 생겨요.” 베스티에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의 스타일리스트이자 컨트리뷰팅 패션 디렉터인 케이트 폴리(Kate Foley)의 설명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청소를 하면 간절기에 필요한 레이어링 아이템(얇은 재킷 혹은 카디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계획을 만든다머릿속에 전략을 세우고 행동에 옮겨라. 그 계획은 혼란과 함께 시작될지도 모른다. “옷장을 열고 모든 것을 꺼내세요.” 디 오클레포(Dee Ocleppo)의 디자이너인 디 힐피거(Dee Hilfiger)는 조언한다. “진정 올바른 방법을 원한다면 모든 걸 꺼내고 옷장 전체를 정리해야 한다.” 일단 옷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면 세 개의 덩어리(입을 것, 잠시 보관해야 할것, 기부해야 할 것)로 아이템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또한 폴리는 말한다. “저는 감성적인 가치가 있거나 모든 것들과 잘 어울리고, 몇 년은 거뜬히 더 입을 수 있는 블레이저 같은 클래식 아이템은 어떤 것이든 간직해요.”기꺼이 버려라당신의 옷장(그리고 인생)에서 몇 년간 세월을 보낸 옷들을 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걸 끝낸 후에 느껴지는 일시적인 분리불안의 순간을 이겨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일 년 동안 입지 않았거나 중요한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면 그냥 모조리 버리세요.” 파이브스토리 뉴욕의 오너인 클레어 디스텐펠트(Claire Distenfeld)의 말이다. “없어진 줄도 모를 거예요. 부티크를 흉내 낸 여유로운 옷장보다 더 달달한건 없죠.” 폴리는 더 이상 맞지 않거나 유행이 지난 것들은 모두 버리라고 조언한다. “플랫폼 스니커즈, 뾰족한 장식의 귀고리들, 그리고 높은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모두 낡아 보이기 시작했어요.”상상력을 발휘하라모든 것을 최고의 상태로 보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관하기 힘든 액세서리와 무거운 아이템 같은 경우 가끔 생각을 뒤집어봐도 좋다. 힐피거는 말한다. “가방은 사이즈와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리하기 어려워요. 믿거나 말거나 저는 옷걸이에 걸어둬요. 그렇지 않으면 모양이 구겨지니깐요.” 오버사이즈 코트같이 부피가 있는 아이템을 최소한의 공간에서 보관하는 방법은? 폴리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모두 제거하고 단추를 채운 다음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을 것을 제안한다. 또 디스텐펠트는 높은 곳으로 위치를 옮길 것을 추천한다.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선반을 찾으세요. 있는 줄도 몰랐던 선반 말이에요. 사다리를 활용해 무겁고 두툼한 물건들을 모두 거기에 올려놓으세요. 먼저 항균 물티슈로 닦아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죠.” 수트의 경우 재킷과 팬츠를 별개 아이템으로 구분해서 보관하면 좋다. 쌀쌀한 저녁 외출 시 재킷을 훨씬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과정에 충실하라휴가나 비즈니스 출장을 위한 짐을 꾸릴 때는 순서를 만드는 것이 절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위치한 D’NA 부티크의 디렉터이자 공동설립자인 디나 알주하니 압둘라지즈(Deena Aljuhani Abdulaziz)에게 힌트를 얻어보라. “무거운 의상과 테일러드 피스를 한데 모으고 가벼운 것을 그 위에 올려놓아 구겨지지 않게 합니다. 또한 형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각각의 신발 속을 티슈페이퍼로 채워 넣죠.” 여행가방의 공간을 절약하고 과하게 짐을 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패션 컨설턴트 소피아 산체즈 드베탁의 팁도 놓치지 말 것. “가장 부피가 큰 코트와 매일 신을 수 있는 스타일의 부츠를 신고 비행기에 올라요.” 이 방법을 활용하면 공항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기도 한다.편집하고 편집하고 또 편집하라과도한 무게의 여행가방보다 최악인 건 없다. 그러니까 입을 것과 입고 싶은 것을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 환상적인 여행을 떠올리며 짐을 챙겨요.”라고 말하는 로딘의 비법은 자신이 집에서 평범하게 입는 것들을 고수하는 것이다. 또한 산체즈 드 베탁은 말한다. “전 늘 즐겨 입는 아이템과 여행 중에 사게 될 그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챙겨요.” 마지막으로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압둘라지즈가 말했듯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며 유행을 타지 않는 것들을 챙기세요.”더 신중하게 관리하라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쿠튀르 드레스와 자수 장식의 핸드백을 갖고있다 하더라도 집에만 고이 간직할 필요는 없다. 압둘라지즈는 말한다. “짐을 꾸릴 때 티슈페이퍼(얇은 종이의 총칭)를 챙기는 것이 의식과도 같은 일이 되었어요.” 그녀는 옷을 접을 때 티슈페이퍼 한두 장을 끼워놓을 것을 제안하는데, 이는 서로의 표면에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해준다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옷의 경우 몸체 혹은 소매, 그리고 어깨에 채워 넣으면 여행가방에 들어가 있는 동안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로딘 올리오루소의 창립자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린다 로딘 역시 티슈페이퍼의 열렬한 팬이다. “블라우스에 티슈 페이퍼를 넣으면 주름이 생기지 않죠. 그리고 신발을 포장할 땐 드라이클리닝용 플라스틱 백을 사용해요.”과잉보호하라몇 달 뒤 다시 옷장 깊숙이 들어갈 겨울 아이템들을 위한 보관 팁. “스웨터는 보관하기 힘들어요. 올바르게 두지 않으면 올이 풀리는 사고가 발생하죠. 제가 드리는 팁은 보관할 옷들을 세탁한 후 캔버스 박스 같은 계절용 보호 케이스에 넣는 거예요. 면 소재 같은 경우는 천으로 하여금 숨을 쉴 수 있게 해줘야 해요.” 힐피거는 덧붙인다. “반드시 올바르게 옷을 보관해야 합니다. 6개월 뒤 다시 꺼냈을 때 좀 벌레들이 아름다운 코트들을 모두 먹어치운 것을 발견해서는 안 되니까요. 삼나무 소재의 옷장으로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데, 상쾌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끔씩 사포질을 해줘야 해요.” 또한 디스텐펠트는 옷장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을 다룰 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부탁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의류 보관 서비스는 약간 비용은 들지만 값어치는 있어요. 얇은 천에 장식이 들어간 드레스는 반드시 전문적으로 보관되어야 하죠.” (참고로 국내에는 그린토피아가 의류 보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집에서 보관하기를 선호한다면? 퍼를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옷장의 가장 서늘하고 어두운 공간을 찾을 것. 특히 플라스틱 소재의 가먼트 백은 퍼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드레스는 패드가 부착된 옷걸이에 걸어 면 소재의 캔버스 혹은 모슬린(무명) 커버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최고다.Editor’s ADVICE 각자의 삶에 맞춰 가을맞이 정리에 돌입한 패션 에디터들의 쓸모 있는 조언.입기 위한 정리TV에 정리정돈의 달인이라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작은 유리 박스에 온몸을 구겨 넣 고 박수를 받는 서커스 단원처럼 작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물건을 틈틈이 끼워 넣을 수 있는 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티셔츠와 데님 팬츠를 돌돌 말아 박스에 넣고 슈즈는 겹쳐서 이중으로 쌓아두는 식이다. 하지만 적어도 패션에 있어서는 이런 정리의 기술 따위는 잊으라고 말하고 싶다. 작은 공간에 보다 많은 것을 채워 넣기보다는,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 각각의 아이템을 체계적으로 배열하는 것이 결국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일 테니 말이다.아직도 부모님의 집에서 방 하나를 무료로 빌려 살고 있는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랜 시간 독립해 사는 패션계의 많은 친구들은 이미 안방을 옷방으로 내준 지 오래다. 특히 샤워실이 붙어 있고 큰 거울의 화장대 공간이 연결된 전형적인 안방 구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차려입고 집을 나서기까지의 모든 동선이 한 공간에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실은? 작은 방을 선택해 파리의 아늑한 호텔처럼 꾸민다. 누워서 읽을 책 한 권과 향초, 화병 정도 올려둘 수 있는 탁자와 침대만 놓은 채로 생활하면 잡동사니 가득한 침실에서보다 쾌적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지난 6월 초,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대대적인 정리정돈에 들어갔다. 먼저 각방에 흩어져 있던 옷들을 한 번에 다 끄집어냈다. 그리고 행어를 대량 구입해 각 행어를 디테일하게 분류한 후 아이템별, 스타일별, 길이별로 나눠 걸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지 않을 옷들은 바로 바로 현관 앞 박스에 넣었는데 기준은 지금 당장 입고 나가라고 했을 때 내키지 않는 옷들. 대신 특별한 추억이 담긴 옷들은 행어의 가장 안쪽으로 밀어두고 간직하기로 했다. 거의 10개에 가깝게 쌓인 박스는 현관 앞에 두고 아름다운 가게에 전화 예약을 하면 정해진 날짜에 집까지 찾아와 가져 간다. 그러고 나니 온 집 안에 여기저기 흩어져 숨겨져 있던 주옥 같은 옷들이 한눈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소풍에서 보물찾기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정리의 달인이 돌돌 말아 넣으라 제안했던 티셔츠와 데님 팬츠마저도 행어에 모두 걸어두었더니 나의 취향이 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티셔츠와 데님 팬츠의 생명은 피트와 길이인데 조금의 차이마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아침마다 서랍 속을 헤집지 않고도 옷을 단번에 골라낼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절대 입지 않는 것과 자주 입는 것이 확연하게 구분되었다.사실 꽤 많은 양을 기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옷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후 쇼핑에 대한 마음조차 달라졌다는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을 정확히 알고 나니 똑같은 블랙 재킷을 브랜드별로 몇 벌이고 다시 살 필요가 없게 되었고, 혹시나 싶어서 샀다가 옷장 구석에서 좀 벌레와 싸우게 될 운명의 옷들에는 더 이상 눈도 가지 않았다.정리의 기술이 쇼핑의 과학으로까지 이어진 거다. 한마디로 이미 신나서 장만한 아이템이라면 어디에 넣어 둘지를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꺼내 입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에디터/ 이미림Newly Moved!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상당한 적응 기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게다가 그 상대가 ‘옷을 위한 방’이 따로 있다는 것과 그 방이 꽤 큰 규모여야 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신혼 집의 드레스룸을 꾸미는 과정은 처음부터 사소한 마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구획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것(물론 내 몫이 5분의 4를 차지한다), 보기 좋게 정리된 셔츠와 타이로 아침 출근 시간의 준비 과정이 편리해졌다는 것, 옷가지의 수가 확실히 늘어났다는 사실(결혼은 곧 거대한 쇼핑의 시작이기도 했다)에 나의 새로운 동거인은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거듭난 남녀의 보금자리에서, 드레스룸은 꽤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먼저 같은 공간을 공유하더라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작은 서랍 정도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몰래 산’ 신상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숨겨 둘 공간 또한 필수.) 또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되(엄마가 사준 오래된 속옷 등은 몰래 버려도 좋다), 신혼 무드를 물씬 담은 커플 아이템 정도는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 놓아도 좋을 것이다.나이트가운이나 바스 로브, 커플 잠옷 정도면 적절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식 속에서도, 바로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약간의 낭만을 잃지 않는 것일 테니. 에디터/ 이지민버리지 못하는 병버리지 못하는 병이 있다는 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저장강박증’이라는 정확한 병명도 있다.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여기까진 웃고 넘어갔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저장강박증의 원인이 의사결정 능력이나 행동에 대한 계획 등과 관련된 뇌의 전두엽 부위가 제 기능을 못할 때 나타난다는 것. 치료도 쉽지 않다는 내용까지 읽고 나니 정리 못하는 게 습관이 아니라 마치 큰 질병같이 느껴졌다.내 방은 그야말로 카오스다. 물건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이 느껴질 때에야 비로소 정리를 한다. 버리지 않고 일단 쌓아두는 습관 때문에 점점 좁아지는 방 안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기필코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과 물건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며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는 금방 끝난다.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석에 쌓아놓고 한동안 소홀하게 대했던 물건들조차 버리려고만 하면 갑자기 물건에 얽힌 사연이 떠오른다. 옷을 정리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샀는지, 어떤 상황에 입었는지 같은 구질구질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이 생각난다. 책이나 잡지도 마찬가지. 학생 시절 구입한 외국 잡지의 비닐 커버를 뜯기 전의 흥분을 떠올리고 나면 잡지는 다시 원 위치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버릴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좋은 점도 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핑계로 옛날 물건을 들추어보면 10여 년 전에 산 데님 플레어 팬츠나 빈티지한 컬러의 펌프스같이 다시 유행의 궤도에 들어온 아이템을 찾기도 한다. 의외의 발견은 늘 즐겁다. 마지막으로 난 저장강박증은 아니다. 단지 미련이 많을 뿐. 에디터/ 이연주곤도 마리에 따라 하기1인 가구 5백만 시대. 나 역시 ‘나 혼자 산다’ 9년차에 접어들었다. 태생적으로 뭐든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 어플루엔자에 걸린 것인 양 끊임없는 물욕, 여기에 정리와는 먼 삶까지. 마치 예 고된 결과처럼 엄마의 손길에서 벗어난 내 삶은 온갖 물건에게 집을 내준 채 그들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내게 얼마 전 무심코 접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책 는 딱 맞는 지침서였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녀의 정리 철칙은 ‘버리기’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의류-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설렘에 대한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사실 나는 옷 정리에 쉽게 판단력이 서지 않을 거 같아 순서를 뒤로 미뤘다.)이 책 속에는 108가지 물건별 정리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나처럼 책을 보며 하나하나 따라 해보길. 몇 가지 깨알 같은 팁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원 이름이 적힌 연필들은 과감히 처분하기, 만일의 경우를 위해 놔둔 가전제품 사용설명서 모조리 버리기, 애인한테 받은 CD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모두 버리기, 자꾸 엉키는 코드는 천으로 감싸서 숨기기, 냉장고는 항상 30% 정도 비우기.” 그 다음 시작된 옷과의 ‘이별’은 눈물이 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홀가분한 일도 없었다. 계절이 두번 바뀌는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들을 모조리 버리고 당장 입을 옷들은 행어에, 계절이 지난 옷들은 접기 시작했다. 특히 책 속에 옷 접는 방법부터 행어에 거는 법, 서랍장 수납 요령 같은 팁이 일러스트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꼭 참고해보도록.‘정리 축제’의 마지막 관문은 추억의 물건과 함께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기준을 “추억의 물건이 미래의 나 자신을 설레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고 설명한다. 사실 추억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첫 해외 여행의 비행기 티켓부터 지금껏 봐온 수많은 영화 티켓, 친구들과 나눈 시시콜콜한 쪽지들, 지나간 남자들과의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물건을 모조리 꺼내보니 질기고 질긴 세월을 함께해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떤 물건은 6번에 걸친 이사를 모두 함께한 것도 있었는데 사실 서랍장에서 고이 모셔진 채 빛 한번 쬐지 못했다. 보면 힘이 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빼고는 전부 내다버리라니, 어찌 보면 너무 냉정하지 않나 싶었지만 모조리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나니 새 삶을 사는 것처럼 홀가분해졌다.정리의 신이 알려준 정리의 법칙은 혹여나 하는 마음에 쓸모없이 끌어안고 있던 물건을 보다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단호한 ‘마음가짐’을 심어줬다. 쓰레기봉투에는 버릴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생각보다 아쉽거나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불필요한 소유욕을 줄 이니 삶도 공간도 이전보다 훨씬 쾌적해졌음이 분명했다. 이제 당당히 할 수 있는 말. “저 이제 단순하게 살기로 했어요.” 에디터/ 윤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