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측면에서 운동을 권장하는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어느 날, 나는 운동이라는 역동적인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운동을 경험한 후의 삶은 전과 같을 수 없었다. | 스쿼트,헬스

요즘 내가 가장 열심히 하는 운동은 점프 박스 오르내리기다. 바벨을 어깨에 올리고 하는 중량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40kg을 폼 나게 하다가 무릎 중간 높이의 박스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에 목매려니 영 폼이 안 났다. 그래도 시키면 열심히 했다. 오른쪽 고관절을 깊게 접어 다리를 90도 각도로 올린 후 뒤꿈치에 힘을 주며 몸을 솟아 오르게 한다. 일자로 서며 무릎을 곧게 폈다가 반대쪽 고관절을 접어 사뿐히 내려온다. 양 다리를 이런 식으로 20회씩 3세트 실시하면 땀이 제법 맺힌다. 단지 박스를 오르내리는 일에 미간이 잡힐 정도로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10여 년 넘게 매달 마감 때면 항상 ‘아빠다리’를 하고 원고를 쓴 탓에 고관절 근육이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자세에서 새우깡을 씹어야만 오르던 원고 속도는 근심스러울 정도로 더뎌졌지만 의 ‘김단’처럼 시원스러운 청바지 핏을 위해서는 고쳐야 했다.원인을 찾고 나서 트레이너와의 PT는 고통의 급물살을 탔다. “회원님의 약점을 계속 파고들 거예요.”라고 선언한 그는 고관절을 겨냥한 동작과 스트레칭을 집요하게 이어나갔다.중량을 올리거나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배는 힘들다고 투덜댔지만 어느 순간 아주 명징해진 느낌이 들었다.잘못된 점을 못 본 체하거나 눙치지 않고 끝까지 교정하려고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 나를 결연하게 했다. 나아지기 위해 정공법으로 돌파해나간다는 사실이 주는 개운한 결연함. 내 인생에서 그렇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게 내 몸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싶었다.그 기분은 만능감으로 이어졌다. 한 시간 남짓 땀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만능감이 온몸에 퍼졌다.‘운동가즘’이라는 요상한 단어로도 통용되는 그 기분은 신체적 반응에서 기인한다. 운동이 뇌에 산소를 공급해주기에 시야가 환해지고 도파민 등의 호르몬을 배출해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기분이 편해지는 것.마음과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를 두고 심신상관관계(Psychosomatic)라는 의학 용어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운동을 하면서 ‘보디 & 소울’의 소울메이트적 관계를 실감나게 경험했다.이상하게 운동을 하기 전에는 쇄골에 물 고일 것 같은 김민희 같은 몸매를 희망했다면 정작 운동을 하기 시작하자 목표를 아주 바람직하게 수정하게 됐다.캐롤린 드 메그레가 세 명의 여자친구들과 함께 쓴 에 나오는 말이 딱 지금의 내 목표다.“완벽한 몸매를 지나치게 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연이 나에게 준 몸으로 최선을 다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이되,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내가 갖고 태어난 단점을 인정하고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외부적 노력은 내면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내부와 외부의 체력이 향상되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나와 타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지며 한마디로 좀 더 살 만해졌다.돌이켜보면 과도하게 신경질적이거나 만사 귀찮거나 할 때는 다름 아닌 체력이 약해졌을 때였다는 사람들의 말이 정녕이었다.완벽한 몸매를 지나치게 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연이 나에게 준 몸으로 최선을 다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이되,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올림픽에 야속하리만치 관심 없는 내게도 눈에 들어온 관련 기사가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선수촌이 성적인 방면에서 유토피아가 된다는 내용이었다.리우의 올림픽 선수촌에는 무려 45만 개의 콘돔이 배포되었고 1인당 40여 개가 주어지는 셈인데 그나마도 ‘모자랄지 모른다’는 것.()경기를 앞두고 그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한 선수들의 몸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칠 거다. 뼈와 근육의 강도를 향상시키고 성 기능을 원활케 하는 테스토스테론이 팽배한 몸으로 휴식을 취하며 그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까?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자의 정소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여자의 몸에선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강도의 근력운동은 일시적으로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증가시킨다고 한다.그렇게 증가된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원활케 하고 근육을 생성시키며 섹스에 있어 보다 진취적으로 만들어준다.그리고 내게는 스쿼트를 하는 여자의 뒤태가 테스토스테론을 생성시키는 고강도 근력운동의 상징 이미지 같은 걸로 자리 잡았다. 미끈한 운동복을 입고 전신 거울에 자신을 비추며 슬로 모션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의 섹시함은 어느 정도 자세만 익히면 처음 스쿼트란 걸 접하고 충격적인 민망함 속에 바둥거렸던 자신을 잊게 해준다.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6백50여 개의 근육 중 큰 근육에 속하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허리를 지탱해주고 척추뼈를 중심으로 좌우 몸의 균형을 잡아주며 하체와 연결시켜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도 꼭 단련이 필요하다.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빨리 눈에 띄는 효과를 보는 부위라 대부분의 트레이너, 트위터의 운동 봇, 유튜브의 운동 강사들이 모두 입을 모아 스쿼트로 애플 힙을 만들라고 부르짖는 게 아닐까 싶다.스트레칭을 살뜰히 병행한다면 한두 달 안에 ‘힙임플란트’ 된 엉덩이를 가질 수 있고 그리하여 벗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더 많아진다.점심에 한식 먹었으면 저녁엔 꼭 양식을 먹어야 할 만큼 반복을 싫어하는 내게도 운동할 때의 지루함은 즐길 만한 것이 된다. 심지어 좋기까지 하다.지루함이라는 건 현대인의 정신에만 유별난 것일 수 있다는 말에 동감할 수 있게 된 것도 운동하면서부터다. 1분 동안에도 수십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하는 순간들을 운동의 지루한 몰입감은 잠시나마 차단시켜준다. 잡념을 떨쳐내자는 생각까지 생각하지 않게 되는 순간의 무아지경 속으로 오늘도 난 잠시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