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 변주곡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귀여운 소녀에서 불현듯 우아한 여인으로 분하는 앞머리의 다양한 변주에 편승해야 할 때. | 헤어,앞머리,뱅헤어

자고로 같은 헤어스타일을 10년 넘게 고수하고 있어도 미용실 의자에만 앉으면 자동응답기라도 튼 양 "이번엔 앞머리를 잘라볼까."라고 되뇌는 게 여자 마음. 앞머리를 자르겠다고 마음 먹고 실패를 반복하는 알고리즘도 가지각색이다. 가을 낙엽에 바람이 들어 앞머리로 변신을 꾀한다거나, 실연의 아픔으로 싹둑 잘라버리고 싶다든가,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마주한 모델의 헤어에 꽂혀 미용실로 달려가 “이대로 해주세요”를 외친다든가 이유야 많지만 그 결과는 팔할이 나의 K.O.패다. 그뿐이랴. 앞머리라곤 헤비 뱅, 시스루 뱅 외엔 떠오르는 게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무지가 낳은 참변. 하지만 이번 가을 시즌 런웨이를 수놓은 다채로운 앞머리 스타일에서 풀리지 않던 알고리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F/W시즌이 가진 특유의 무거움 덕분인지 과한 1980년대 에어로빅 컬이나 다크한 매력이 묻어나는 핑거웨이브, 투 톤 컬러의 쇼트 뱅까지도 가을에는 제법 잘 어울리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앞머리도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우선 뱅 헤어의 변주곡을 살펴보자. 봄 시즌부터 메가 트렌드라 불리는 처피 뱅은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다테, 베트멍, 알렉산더 왕, 돌체 앤 가바나 등이 제멋대로 잘려나간 앞머리를 선택했는데 특히 동화적 요소에 들쭉날쭉한 앞머리로 순진함을 더한 로다테의 룩이 단연 으뜸이다. 꽉 묶은 포니테일만 고집하던 아리아나 그란데가 헤비 뱅을 선택했다는 기사만 봐도 시야를 가릴 듯 말 듯한 뱅 헤어 역시 물망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단정하게 연출하는 것 외에 더 시크하게 헤비 뱅을 즐기고 싶다면? 투 톤 컬러로 염색한 뒤 드라이나 빗질 없이 대충 헝클어뜨린 겐조의 벡스테이지를 참고할 것. 그런가 하면 형광 레깅스에 화려한 니삭스를 신고 에어로빅 댄스를 출 것만 같은 1980년대 앞머리 스타일이 불현듯 등장했는데 현대적인 터치를 가미한 덕에 쿨해 보이기까지 한다. 눈을 약간 덮는 머리에 풍성한 컬을 넣어 복고 트렌드의 명맥을 이은 이자벨 마랑과 조르지오 아르마니표 앞머리 스타일링은 이번 시즌 꼭 도전해보고 싶은 헤어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로큰롤 헤어에서 볼륨은 줄이고 커트를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버버리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다수의 굵직한 매거진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뱅 헤어와 복고 트렌드 외에도 가히 트렌드 춘추전국시대라 부를 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했던 이번 시즌 룩 중에서 로맥틱 고스 룩을 빼놓을 수 없다. 릭 오웬스를 필두로 선보였던 기괴한 무드와는 다르게 1920년대 감성을 더해 여성성을 극대화한 로맨틱 고스 룩 트렌드에 맞춰 핑거웨이브 스타일이 출현했다. 로버트 패틴슨의 그녀, FKA 트위그스의 전매특허 꼬부랑 앞머리가 핑거웨이브를 응용한 스타일 중 하나. 같은 핑거웨이브라 할지라도 마크 제이콥스 쇼의 기이한 웨이브보단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텔라 맥카트니, 드리스 반 노튼 백스테이지의 똑똑한 변주를 참고하자. 특히 유진 슐레이먼의 터치로 완성된 스텔라 맥카트니 쇼의 부드러운 웨이브와 캐주얼한 포니테일의 조화는 지적인 여성의 표상이다. 이처럼 런웨이와 스트리트,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것만 봐도 이제 앞머리를 더 이상 어려 보이기 위한 몸짓으로 치부할 순 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 앞머리에 변화를 준다면 마치 가면을 쓴 듯 지적인 오피스 레이디에서 파티 걸로, 보헤미안에서 귀여운 소녀로 분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거다.처음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컬을 넣어보기도 하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조금씩 짧은 길이에 도전해보기도 하면서 실패에 익숙해지자. 그렇게 차근차근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다 보면 그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앞머리의 매력에 온몸이 흠뻑 젖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