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존재감을 숨겨라. 완벽히 숨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이다. 배경 안에 완벽히 녹아드는 것으로 투명인간이 된 남자,리우 볼린(Liu Bolin)은 예술을 저항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 리우 볼린,도시 속에 숨다,투명인간

05이지면에 있는 작품들은 언뜻 보기에는 중국의 만리장성과 자금성, 천단을 촬영한 평범한 사진들이다. 하지만 사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진의 주인공이 되는 대신에 사진의 배경 속에 철저히 녹아드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있다. 위장의 달인, 이 남자의 이름은 리우 볼린이다.중국의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관습은 아이웨이웨이(Ai Weiwei), 홍런(Hongren), 웨민쥔(Yue Minjun)의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 아티스트들이 벌이는 창조적인 시위를 야기했다. 저명한 현대미술가 리우 볼린도 이 반열에 참여한 작가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현대화를 위한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했을 때, 리우 볼린이 속해 있던 예술가 커뮤니티는 터전을 빼앗기고 와해되고 말았다. 2005년 쑤오 지아 빌리지(Suo Jia Village)의 폐허 앞에서 그는 온몸에 페인팅을 뒤집어쓴 채 배경 속으로 숨어들었는데, 이것이 그의 독특한 위장 예술의 발단이자 대표작 ‘도시 속에 숨다(Hiding in The City)’ 시리즈의 시초가 되었다.국가의 감시 속에서 투명인간이 되기를 자처한 그는 작품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모색한다. 동시에 거대한 권력 앞에서 예술가가 침묵으로 저항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흥미롭게 관찰하게 되는 그의 작품들은 과거 제국주의 유물과 21세기 현대 중국 문화의 충돌, 그 사이에서 덫에 걸린 인간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스스로 아티스트와 배우, 캔버스가 되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통해 그는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창조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그 속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갖도록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목표다.중국의 역사적 유물들과 일상의 풍경은 리우 볼린의 창작의 무대가 된다.(그는 의도적으로 국가의 인민복을 착용한 채 작품 속에 등장한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후 그는 작품의 주제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환경 문제, 세계화, 사회불평등, 표현의 자유 등 이제 그의 작품은 세계 전체를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가의 감시 속에서 투명인간이 되기를 자처한 리우 볼린은 작품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모색한다. 동시에 거대한 권력 앞에서 예술가가 침묵으로 저항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스스로 아티스트와 배우, 캔버스가 되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통해 그는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창조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Hiding in Mexico리우 볼린의 ‘도시 속에 숨다(Hiding in The City)’ 연작은 계속된다. 작년에 그는 멕시코시티를 방문했다. 멕시코의 저명한 사진가이자 의 컨트리뷰터인 페르난도 마로킨(Fernando Marroquin)이 리우 볼린의 ‘멕시코에 숨다(Hiding in Mexico)’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리우 볼린이 멕시코에 있는 동안 한 모든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리우 볼린은 완벽하게 위장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할 사진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작업의 전체적인 윤곽이 결정되고 나면 어시스턴트와 아티스트들이 리우 볼린의 유니폼 위에 배경과 연결되는 그림을 그려 넣는다. 극도로 섬세한 이 작업은 엄청난 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유니폼을 입고 배경 앞에 섰을 때, 리우 볼린의 몸과 배경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각 도시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물리적 변화로 인한 긴장감과 다르지 않다. 사진가 페르난도 마로킨에게 리우 볼린과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리우 볼린과의 첫 만남은 어떠했는가? 리우 볼린이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굉장히 조용하고 침착했으며 높은 자존감의 소유자다. 자신의 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굉장한 집중력으로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한다. 타인의 말을 수용하는 열려 있는 아티스트와 일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극도로 섬세한 리우 볼린의 작업은 엄청난 시간을 요구한다. 유니폼을 입고 배경 앞에 섰을 때, 리우 볼린의 몸과 배경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각 도시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물리적 변화로 인한 긴장감과 다르지 않다.이번 멕시코에서의 작품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가 멕시코로 오기 전에 우리는 이미 멕시코의 소치밀코와 멕시코의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n)의 건축물 쿠아드라 산 크리스토발(Cuadra San Cristbal)에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예술가 단체를 초빙하여 리우 볼린의 보디 페인팅을 도왔다.착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편집이나 리터칭 작업이 따로 있었는가? 중국에 있는 리우 볼린의 스튜디오에서 편집 및 후반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의 작품은 원근법의 세밀한 해석과 그림, 사진, 디지털의 결합으로 완성된다.‘투명 인간’에 대한 리우 볼린의 담론이 멕시코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는가? 물론이다. 비단 멕시코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의 작품 중 하나는 멕시코 아요지나파에서 실종된 43명의 사범대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43명의 멕시코인들에게 가면을 씌우고 그들을 밭의 배경으로 위장함으로써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