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얀센이 창조한 생명체의 비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거대 생물의 단단한 골격을 연상케 하는 키네틱 조각물들이 해변을 배회하고 있다. 바람의 힘과 창조자 테오 얀센의 상상력을 동력으로 한 태초의 동물의 모습이었다. | 테오 얀센

네덜란드 출신의 예술가이자 물리학을 전공한 공학도이기도 한 테오 얀센(Theo Jansen)은 지난 15년간 새로운 종의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매진해왔다. 오랫동안 생물학과 공학을 공부한 끝에 그는 놀라운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스트랜드비스트(Strandbeest)’였다. 플라스틱 튜브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해변의 동물은 바람을 원동력으로 예측 불가능한 해변의 기후 조건 속에서 생존해나가고 있다. 어떠한 엔진이나 기계 장치 없이 오직 바람만으로 움직이며 네덜란드 해안의 극심한 기후 조건 속에서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래와 해수면, 바람, 폭풍우 등 삶을 위협하는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싸우고 거기서 살아남을 것을 강요 받고 있다. 지난 15년간 이러한 위협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더욱 실용적인 형태로 진화를 거듭해오며.창조자의 개입 없이도 스트랜드비스트가 홀로 생존하고 진화하는 것이 얀센의 최종 목표이며, 현재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이 새로운 ‘종’의 진화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더욱 복잡하게 진화한 이 거대 생물들은 유일한 에너지인 바람을 빈 페트병에 저장하여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폭풍우가 불면 닻을 내려 몸을 고정시키고 압축 공기를 모았다가 마치 땀을 흘리는 것처럼 분출시킴으로써 빠르게 움직인다. 또한 모래에 빠질 경우 관절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감지하여 방향을 전환하는데 이는 가장 독자적 형태의 버전으로 평가 받는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동물들을 창조해낸 얀센에게 ‘조물주’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하는데, 되려 그는 스스로를 플라스틱 튜브들의 ‘노예’라 칭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조물들이 행동하는 대로 따라 움직일 뿐이며 그가 어떠한 지시를 내려도 이 플라스틱 튜브들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처음엔 동물들의 거취와 작동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그이지만, 이제 겨우 그들과 소통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인지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갖게 된 것일 뿐이다. “나는 신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창조성과 무작위의 요소로부터 비롯된 것일 뿐이다. 마치 진화가 역사를 이야기하듯 이 생명체에도 진화론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해변 동물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직접 그들을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얀센은 이야기한다.처음 그의 창조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함과 충격 그 자체였다. 해변을 유유자적하는 스트랜드비스트는 마치 영혼과 정신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벌레가 몸에 앉았을 때 같은 느낌을 감지한다는 점에서 실제 동물과 스트랜드비스트 사이에는 몇 가지 유사성이 있다. 수세기에 걸쳐 인간은 동물들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결국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동물이 아님을 깨달을 때 마음속의 모순은 커다란 충격으로 바뀔 것이다.”지난 2014년 12월, 테오 얀센은 아트바젤 마이애미를 통해서 ‘스트랜드비스트: 테오 얀센의 꿈의 기계(Strandbeest: The Dream Machines of Theo Jansen)’를 대중에 공개했다. 오데마 피게(Audema Piguet)가 주관한 이 프레젠테이션은 작가의 유명한 ‘스트랜드비스트’ 시리즈와 그 최신 버전을 공개함으로써 전문가와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수많은 코멘트들을 양산해냈다. 특히 테오 얀센은 ‘스트랜드비스트’라는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를 통해 창조와 혁신의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예술과 과학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이를 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당시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마이애미 해안가에서는 8년 전부터 얀센의 작품을 꾸준히 기록해온 사진작가 레나 헤르초크(Lena Herzog)의 아름다운 흑백 사진도 공개되었다. 얀센이 창조한 해변의 동물이 진화되어온 과정을 담은 레나 헤르초크의 사진들은 (Taschen, 2014)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됐다. 테오 얀센의 꿈과 최종 목적은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생존할 수 있는 자급자족의 동물을 창조하는 데 있다. 이것은 즉, 신경계와 근육, 고도의 복잡성으로 판단을 내리는 두뇌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근거하여 우월한 유전자만이 이러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그가 만든 스트랜드비스트 중에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무게가 약 2톤에 달하며 이전 세대와 동일한 원리로 움직이되 사람 한 명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한두 개의 플라스틱 페트병에 예비 에너지를 저장함으로써 바람이 없는 날에도 생존이 가능하다.그는 현재 제7세대 스트랜드비스트를 제작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다. 바닷가에서 또 한 번 공개될 새로운 생명체 작업에 온전히 몰두하기 위해 그 어떤 인터뷰도 고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미술관 혹은 바닷가에서 테오 얀센의 기이한 생명체와 맞닥뜨리는 일은 가능하다. 스트랜드비스트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 상상의 근원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드로잉 전시가 올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미술관 헤덴 쿤스트 반 뉘(Heden Kunst Van Nu)에서 열렸고, 네덜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뮤지엄 프린센호프 델프트(Museum Prinsenhof Delft)에서는 오는 11월 16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라는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에 영감을 준 근원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벨기에에 위치한 미술관 베르벡 파운데이션(Verbeke Foundation)에서는 테오 얀센의 스트랜드비스트 기획 전시를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마지막으로 2년 전 마이애미 비치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테오 얀센의 운동감 넘치는 작품을 바닷가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웹사이트(www.strandbeest.com)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