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Night at the Museum: 백남준

음악가, 철학가, 행위예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미학자, 산문가. 인간과 기술, 동양과 서양, 예술과 반예술 그 간극을 자유로이 줄 타던 영원한 청년. 세기의 예술가 백남준이 예술사에 남겨온 일련의 지점들은 결정적 탄생이자 문제적 사건이었다. 2016년은 그가 타계한 지 10주년을 맞이한 해로서, 작년 겨울을 기점으로 올해 연말까지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이 도미노처럼 열리고 있다. 관객으로 그의 작품과 마주하는 1차원적 감흥 그 너머의 순간을 찾아 <백남준 쇼>가 열리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BYBAZAAR2016.10.05

모차르트 서거 2백 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작품. 86개의 TV 모니터 영상들이 거대한 디지털 회화처럼 움직이며 백남준이 직접 편곡한 사운드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M200’, 1991. 가운처럼 연출한 실크 드레스는 4백86만원으로 Fendi, 가죽 팬츠는 3백만원대,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모노그램 반지는 37만원으로 모두 Saint Laurent, 체인 모티프 초커는 1백40만5천원으로 Louis Vuitton, 오른손 약지에 착용한 반지는 9만원으로 Calvin Klein Jewelry, 스웨이드 사이하이 부츠는 Dior 제품.

관람객 입장이 통제되는 어느 월요일. 일주일 중 단 하루 동안만 전시장의 모든 전원이 꺼진다. 화려한 네온 조명과 쿵쿵 울리던 음악 진동이 모두 멈춰버린다. “황색 재앙, 그것이 바로 나다!”라고 외친 백남준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하는 <백남준 쇼>가 열리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스태프 열댓 명이 어둑한 동굴 같은 전시장으로 하나둘 은밀히 들어간다. 비디오아트 거장과의 접선을 시도하기 위해 우리는 그날 그곳에서 잠자고 있던 백남준의 작품을 모두 깨웠다. 총 5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마치 탐험하듯 돌아다니며 아트와 패션의 궁극적 장면을 고대했다.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 불리던 백남준은 사실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신문도 거뜬히 들어갈 만큼 비정상적으로 큰 호주머니가 달린 셔츠, 헐렁한 청색 바지, 엉성한 멜빵, 싸구려 시계, 천으로 특수 제작한 신발. 누군가 그것을 지적하면 “내 식대로 만들어 입은 것일 뿐”이라 답했다. 심지어 그가 한국인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홈리스로 오해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정도. 그가 오늘의 촬영 장면을 봤더라면, 어떤 위트 넘치는 코멘트를 했을까?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긴 다비드 로봇, 허리춤 높이쯤 되는 꼭두각시 로봇 앞에서 글래머러스한 옷을 입은 모델이 포즈를 취한다. 작품과 닿을 듯 말 듯한 그 순간은 하나의 퍼포먼스라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인간화된 기술’ ‘인간화된 예술’이란 수식어가 붙는 백남준의 작품 앞에서 벌어진. 전시장 3번 방엔 백남준과 기념비적 행위예술을 함께했던 샬롯 무어만을 위해 만든 작품 ‘TV 첼로’가 있다. 이 둘은 음악과 섹스를 엮은 오페라 ‘섹스 트로니크’로 뉴욕의 법정에서 재판까지 받았다. 전위예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창립 멤버로서 과격하고 충격적인 행위예술을 펼쳤던 백남준의 관심은 차츰 텔레비전으로 넘어갔다. “나는 처음에 작곡가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미학자, 산문가였죠. 그리고 행위예술을 했지만 배우는 아니었어요. 심지어 나는 수줍음을 타기도 합니다.(웃음) 그래서 나는 TV를 연구했죠. 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싶었던 거예요.” TV 브라, TV 십자가, TV 페니스, TV 안경, 숱한 작품 가운데 이번 전시에는 1백66개의 TV로 만든 거대한 거북이가 공개됐다. 디지털 공연연출 분야의 베테랑 디스트릭트(D’strict)와의 협업으로 펼친 미디어아트와 수백 개의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빛과 이미지가 바닷물결처럼 일렁였다. 언젠가 백남준은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들은 화면에서 끊임없이 깜빡이는 불빛을 보게 될 것이다. 붉은색... 기다리고 생각하라, 파란색... 빨리 하라, 초록색... 정상 속도로 하라, 오렌지색... 개인적인 속도, 하얀색... 음악 없이, 검은색... 음악, 아주 세게, 노란색... 음악, 천천히.”

백남준 작가 서거 10주기 특별전 <백남준 쇼>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TV 모니터와 함께 다양한 색깔의 장식용 네온 형광등이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로 다른 작품에 비해 단순한 형태로 일상의 공간을 밝힘과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TV Chandelier 5’, 1995. 메탈 스트랩 디테일의 벨벳 드레스는 Ralph Lauren Collection, 오른손 검지의 반지는 37만원으로 Saint Laurent, 지그재그 라인의 반지는 10만원, 볼드한 나선형 반지는 9만원으로 모두 Calvin Klein Jewelry 제품.

프랑스 정부가 혁명 2백 주년을 맞아 의뢰했던 TV조각 시리즈 중 하나로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걸작 ‘마라의 죽음’이 콜라주되어 있는 ‘David’, 1989. 풍성한 볼륨이 인상적인 드레스는 가격 미정, 골드 초커는 1백22만5천원으로 모두 Louis Vuitton, 가죽 장갑은 Chanel, 주얼 프린트와 레터링 콜라주 프린트의 미니 백은 모두 Jimmy Choo, 컬러풀한 나비 패턴의 사이하이 부츠는 Valentino Garavani 제품.

한국 여자아이를 표현한 작품으로, 백남준의 로봇 중에서 드물게 치마를 입은 유머러스한 장식의 작품 ‘꼭두각시’, 1992. 백남준은 생전에 “아이는 한 명도 안 만들었지만 로봇은 백 명이나 만들었다”는 우스갯말로 자식과도 같은 로봇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브로케이드 코트는 Prada, 묶을 수 있는 패널이 달린 실크 팬츠는 27만8천원으로 Recto, 초커는 1백40만5천원으로 Louis Vuitton, 스팽글 부츠는 3백30만원대로 Roger Vivier 제품.

겉면에 백남준이 직접 칠한 페인팅과 글씨가 적혀 있어 텔레비전 전원이 꺼져 있을 때는 하나의 회화 작품으로, 스위치가 켜지면 내부가 붉은 네온으로 변신하는 ‘Neon TV’, 1990.실크 드레스는 Ports 1961, 볼드한 너클 반지는 74만5천원으로 Gucci 제품.

백남준의 퍼포먼스 파트너인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을 위해 텔레비전 3대로 첼로를 형상화한 작품.첼로 선율 대신 전자음악이 연주되는 ‘TV Cello’, 1995.고양이, 카멜리아 등이 프린트된 실크 톱과 플리츠 스커트는 모두 Chanel, 레이스 브라 톱은 60만8천원으로 La Perla, 롱 장갑은 MaxMara 제품.

TV 모니터 1백66개를 사용한 가로 12m, 세로 6m, 높이 1.5m에 이르는 초대형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백남준의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장수의 상징 거북을 형상화한 ‘Turtle’, 1993. 별 모티프 시스루 드레스는 Valentino, 페이턴트 소재의 스커트는 Philipp Plein, 글리터 소재의 백은 2백37만5천원으로 Saint Laurent, 청키한 플랫폼 부츠는 2백6만5천원으로 Louis Vuitton 제품.

담쟁이덩굴과 함께 추상적인 패턴이 움직이는 소형 비디오 모니터 여러 대가 뒤얽혀 있고 그 아래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비디오 조각작품. 백남준이 강조했던, TV가 기본적인 환경이 된 시대를 생각해보게 하는 ‘Video Chandelier X’, 1991. 스티치 디테일의 메탈릭 가죽 드레스는 Tod’s, 터틀넥 톱은 Céline, 라이닝 디테일의 백은 4백36만원, 캐릭터 퍼 참은 각각 1백90만원으로 모두 Fendi 제품.※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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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김 아름
  • 어시스턴트 에디터|이 병호& 백 하린
  • 패션 에디터|이 진선
  • 헤어|강 현진
  • 메이크업|공 혜련
  • 사진|박 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