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ide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윤균상의 얼굴엔 극명한 온도 차가 공존한다. 순수하면서도 서늘하고 처연하다가도 비열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윤균상이 말했다. “그게 가장 평범한 것 아닌가요?” | 인터뷰,윤균상,삼시세끼

뮤지컬을 전공했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노래는 몰라도 춤은 잘 못 출 것 같은데....(웃음) 춤은 최악이에요!(웃음) 제가 뮤지컬학과 안의 연극학부를 졸업한 거라 기본적인 발성 정도만 할 줄 알고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노래 부르는 건 즐기는 편이에요. (어떤 장르요?) 발라드 좋아해요. 특히 가사가 와 닿는 노래를 자주 들어요.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울기도 하나요? 그럴 때도 있어요. 얼마 전에 이적 선배님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듣고 많이 울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다양한 해석이 있기 마련인데 그게 사랑 노래가 아니라 부모에게 유기 당한 아이 입장에서 쓴 거라는 얘기가 있어요.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어머니가 날 버리고 간 상황에서 하는 말이라고 상상하면서 들으니까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하도 들어서 가사도 다 외웠어요.드라마 에서 ‘정윤도’를 연기하면서 조금 더 감성적이 된 건 아닐까요? 정윤도는 ‘유혜정(박신혜)’만 보는 ‘사랑꾼’이었으니까요. 확실히 캐릭터를 따라가요. 스스로 실감 못해도 몇 달 동안 그 인물로 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봐요. 드라마 에서 ‘무휼’ 역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무휼이 되게 허술한 캐릭터잖아요. 그 작품 할 때 친구들이 말도 많아지고 유쾌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 의 ‘기재명’을 맡았을 땐 다들 “힘든 일 있어?” 하면서 위로해줬고요.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분위기가 좀 어둡다면서.에서는 비극적인 과거를 숨긴 살인자 역할이었죠. 알고 보면 심성도 곱고 친동생 ‘최달포(이종석)’를 목숨보다 더 아끼는. 그처럼 양면성이 공존하는 인물을 주로 맡아왔어요. 풋내기 무사였다가 ‘조선제일검’으로 각성한 의 무휼은 물론이고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정윤도도 사랑 앞에선 세상 허술한 남자가 되죠. 그런 게 제일 사람다운 성격 아닌가요? 사람에겐 누구나 온도 차가 있어요. 기분 좋은 날은 상냥하다가 일이 안 풀리면 차가워지기 마련이에요. 재명이의 사정이 특별한 건 사실이지만 세상에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또 무휼처럼 일순간 자각하기 어려울 뿐이지 차츰 성장해나가는 게 당연하죠. 다들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드라마는 우리가 겪는 시간을 빠르게 풀어내잖아요. 한 시간 안에 많은 일이 벌어지니까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겠죠. 오히려 사이코패스처럼 온도 차가 전혀 없는 인물들이 무서운 것 같아요. 이제껏 순수한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낄지 너무 궁금해요.최근의 두 작품, 와 로 대중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됐어요. 매력적인 역할 덕도 있겠지만 캐릭터에 인간미를 입히는 건 배우의 몫이죠. 내가 맡았던 캐릭터들은 윤균상이 제일 잘한다고 믿고 있어요. 내가 축조한 인물이니까 누가 해도 오리지널을 따라오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윤균상이 했기 때문에 정윤도는 가장 로맨틱하면서 사이다처럼 시원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허술한 인간미를 마구 발산하는 ‘개윤도’로요.(웃음)특히 싸움에 능숙한 유혜정 앞에서 주눅 들고 나중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었어요. 조폭 두목의 병실에 자객이 숨어든 위험한 상황에서 유혜정을 지키기보다는 도망치려고 했잖아요. 그게 딱 보통 사람이에요. 칼로 협박하는데 얼마나 무섭겠어요? 나라도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아요. 딱 문을 열었는데 누군가를 죽이려는 상황이라면 솔직히 아차, 싶을 거예요. 하필이면 이때 끼냐, 운도 없지!(웃음)하지만 사랑만은 평범하지 않았어요. 삼촌 ‘정파란(이선호)’의 대사처럼 “짝사랑을 창의적으로 하는” 캐릭터였으니까요. 보통 짝사랑 하는 서브 남자주인공은 비참하거나 비열하기 마련인데 정윤도는 보는 내내 불쌍하게 느껴지거나 ‘밉상’이었던 적이 없어요. 오히려 삼촌한테 당당하게 말하잖아요. “짝사랑 무시하지 마! 세상에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건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나아.” 처음엔 윤도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저런 사랑을 하지? 난 못하겠거든요. 연적을 존중하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데다 뒤에서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와주면서도 끝까지 마음은 직진. 나도 해봐서 아는데, 저렇게까지 산뜻한 짝사랑이 가능할까 싶은 거예요. 그런 와중에 그 대사는 윤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어요. 윤도는 완벽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잖아요. “너도 알잖아. 내가 사랑을 유지하는 건 못하는데 시작하는 건 기가 막히게 하는 거.” ‘이서우(이성경)’한테 이렇게 말하는 걸로 유추해보면 어쨌거나 사랑도 쟁취해왔다는 거죠. 그렇게 다 가져온 사람인데, 처음으로 갖지 못하는 여자가 생긴 거예요. 그것도 첫사랑처럼 순수한 감정을 느끼는...! 어렸을 적에 누군가를 마냥 좋아했던 걸 대입해보니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보고 싶어서 잠도 못 자고, 빨리 보려고 서두르고, 그 사람 때문에 속상해서 울기도 하고. 그 감정 자체가 참 소중할 때가 있잖아요. 윤도에게 그런 사랑이 처음 온 거라고 생각했더니 그 대사가 참 편하게 느껴지면서 윤도 캐릭터가 한 번에 정리됐어요. 사람은 사랑하면서 성장하기 마련인데, 그 대사 안에서 윤도가 그동안 얼마나 성숙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종국엔 이서우의 마음을 받아줄 거라 예상했는데 끝내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더욱 정윤도가 어떤 사랑을 하게 될지 궁금해졌어요. 여전히 ‘사연 있는 여자’의 결핍을 채워주는 그런 사랑을 꿈꿀까요? 사실 윤도는 서우를 잡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혜정이를 사랑하면서 그게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 감정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서우를 보내줬다고 생각해요. 서우는 10년 넘게 윤도를 짝사랑했고 윤도는 계속 밀어냈어요. 그동안은 그러건 말건, 서우가 받는 상처에 무심했는데 이제야 알게 된 거죠. 아, 서우가 이렇게 아팠겠구나, 내가 사랑에 실패했다고 이제 와서 서우를 잡는다면 그것도 상처가 될 수 있겠다.... 진짜 사랑을 겪었으니 이젠 자기 사랑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내가 아는 윤도는 그럴 것 같아요.다양한 얼굴을 가졌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기분 좋은 얘기예요. 어떻게 보면 장난꾸러기 같고, 착한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비열해 보일 때도 있다고. 보통 한 작품이 잘되면 비슷한 역할만 계속 되풀이할 수도 있을 텐데 다양한 걸 제시해주시니까 즐겁게 선택할 수 있는 거죠.낭만적인 서브텍스트네요. 사랑에 대한 로망이 느껴져요. 그런가요? 상상해둔 프러포즈 같은 건 있어요. 아직 장소를 정해두지 않았는데, 일단 시작은 여행이에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대자연의 한복판, 넓은 벌판에 아무도 없이 단둘이 있는 거예요.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고 사람이 만들어낸 소리는 내 목소리밖에 없을 때, 거기서 말해주고 싶어요. “사랑해, 결혼해줘.” (한쪽 무릎 꿇고서?) 아, 무릎을 꿇을지 그 사람을 안아주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겠죠.굉장한 로맨티스트인가 봐요. 보통 남자들은 프러포즈 장면을 그려놓지 않을 텐데. 로맨틱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트렁크에서 장미꽃 백 송이 꺼내주는 걸 좋아하는가 하면 사람 많은 데서 이벤트 하는 거 딱 질색인 사람도 있을 테고. 굳이 고르자면 난 단둘이서만 눈 마주치고 얘기하는 게 낭만적인 것 같아요.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연애 얘기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만났던 친구들에게서 공통점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차갑고 도도한 사람에 반하기도 했고 반면 애교도 많고 순한 사람도 사귀었고. 그래서 이상형 질문에 답을 못해요. 어떤 점이 좋은지 꼬집어서 말 못하겠는데 정말 싫은 건 있어요. 예의 없는 건 딱 질색이에요! 식당에 가서나 택시를 탔을 때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표현이 좀 거칠지만, 정말 꼴 보기 싫어요.한 인터뷰에서 “정윤도와 80~100% 정도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정말 극중 별명이었던 ‘윤칼’ 같은 면이 있네요. 그만큼 완벽주의자이기도 한가요? 일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이런저런 맥락과 감정을 많이 대입해보고 계속해서 의심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윤도는 서우를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서우가 상처 받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자각하지 못해요. 무심하게 매번 지나치다가 어느 날 서우가 물어보죠. “혜정이 위해서 이사회에 들어간 거야? 그럼 나는 어떻게 해?”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윤도의 마음을 생각해봐요. 서우한테 흐릿하게나마 미안한 감정을 느낄까? 아니면 그동안 반복해서 들어왔던 고백이니까 아무렇지도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좀 전에 말했던 ‘윤도는 서우를 잡고 싶었지만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거예요. 사실 (김)래원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경험이 그렇게 많은데도 연기를 마치고 나면 꼭 물어보고 확인해요. “균상아, 형이 했던 감정 괜찮았어? 네가 받아치기에 과하지는 않았니? 전 장면이랑 비교해서 튀지는 않을까?” 계속 자기 연기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이 됐어요.사실 캐릭터에 배우의 얼굴이 배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배우가 아니라 인간 윤균상이 까발려지는 작품에 출연한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이를테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선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죠. 노골적이고, 소심하고, 비열하고. 나라면...되게 센 척하고 ‘가오’ 잡는데 실상 무엇도 진행 못하는 남자일 것 같아요.(웃음) 왜냐면 이건 보통 남자들에게 있는 지질한 구석이거든요. 말로는 ‘사나이’ 운운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망설이는 거예요. 일단 대차게 던져놓고 ‘이게 통할까? 안 되면 개망신인데.’ 하면서 속으로는 끙끙거리죠. 사랑 고백에서도 마찬가지고 친구들끼리의 상황을 가정해봐도 그래요. 누구 한 명이 잘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치면 술 먹으면서는 당장이라도 찾아갈 것처럼 “그 새끼 뭐야? 야! 내가 다 얘기할게!” 하다가 다음 날 아침 술 깨면 소심해지죠. “어떻게 풀어야 되지? 이러다 나만 나쁜 놈 되는 거 아니야?”(웃음)어쩌면 배우로서 당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정형화할 수 없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고 해요. 선악이 공존하는, 서늘하면서도 처연한 인상이라고.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기분 좋은 얘기예요. 어떻게 보면 장난꾸러기 같고, 착한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비열해 보일 때도 있다고. 이미지가 고정되기 쉬운 시기잖아요. 보통 한 작품이 잘되면 비슷한 역할만 계속 되풀이할 수도 있을 텐데 다양한 걸 제시해주시니까 즐겁게 선택할 수 있는 거죠.그래서 좀 궁금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친해지고 나면 다들 뭐라고 해요? 생긴 거랑 되게 다르다고요. (좀 깬다는 건가요?) 깬다는 소리도 들었죠. 처음엔 말 없고 차가울 것 같다고도 하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잘 놀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엔 다 참 허술하다고 그래요. 재미있는 건 내가 짜증내는 모습을 봤던 오랜 친구들은 화내는 모습이 정윤도랑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소리 지를 때 소름 끼칠 정도래요. 나랑 너무 똑같아서. 진짜 전혀 몰랐거든요.인스타그램을 보면 80% 이상이 ‘셀카’예요. 그것도 ‘얼짱 각도’로 찍은 사진보다 철저하게 망가지는 ‘엽사(엽기사진)’의 지분이 더 높아요. 사실 셀카 찍는 걸 즐긴다기보단 SNS 하는 걸 좋아해요. 적어도 개인 계정엔 나한테 관심 있는 사람들만 오는 거잖아요. 그렇게 호의를 보여주는 사람들한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아요. 웃긴 걸 올렸을 때 그 사람들도 같이 재미있으면 좋잖아요. 그렇기만 하다면 망가지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게다가 멋있는 모습은 이미 작품이나 이렇게 화보 촬영하면서 많이 보여주니까 인간적으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구나 친구들이랑 놀 때 그러는 것처럼 장난치는 것도 포스팅하고 우리 집 고양이도 올리고.그러고 보니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 스스로 고양이과라고 했잖아요? 다들 수군거렸어요. 강아지 쪽에 가깝다고. 아, 정말요? 평소에 강아지, 고양이 둘 다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내가 무슨 상인지 딱 말하기 어려워요. 흠... 그 대답 정정해도 될까요? 그냥 ‘윤균상과’?(웃음) 에이, 잘 모르겠어요. https://www.instagram.com/p/BK2LGdRgDUB/?taken-by=harpersbazaar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