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는 김성철의 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김성철이 3년 만에 돌아온 ‘데스노트’ 무대 위에서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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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FEVER
처음의 마음과 익숙함이 공존할 때. 새 국면을 맞이한 김성철의 봄.
재킷은 Recto. 톱, 팬츠, 목걸이, 벨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고리는 배우 소장품.
톱,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역대 가장 사랑 받은 ‘엘’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네요. 3년 만에 뮤지컬 <데스노트> 무대에 다시 선 기분이 어때요?
김성철 제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일단 몸부터 그렇거든요. 3년 전에는 좀 말랐어서 엘 역할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몸을 키우면서 만든 근육부터 빼야 했어요. 심적으로는 부담이 훨씬 크고요.
하퍼스 바자 부담을 감수하며 같은 작품을 다시 택한 건 캐릭터에 대한 순수한 애정 때문인가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뮤지컬을 잠시 쉬다가 <데스노트>를 만나고 다시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죠.
김성철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다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때 어울렸던 역할이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런데 엘은 아니에요.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라 그런가, 해도 해도 재미있어요. 초연과 앵콜 공연까지 따지면 꽤 많은 회차를 했으니 미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덜한 것 같다’ ‘더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해요. 대개 공연이 잘된 경우에 그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데스노트>가 끝나갈 즈음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가 공개돼요. 이번에는 금괴를 지키려는 도망자 역할이죠. <프로젝트 Y>에서 빼앗긴 금괴를 손에 넣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토사장’과 또 한 번 금괴로 연결되고요.
김성철 <프로젝트 Y> 제의를 받았을 때가 재작년 10월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무렵 <골드랜드> 출연 확정을 지었고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금값으로 난리였어요. 돈, 자본, 인간의 욕망을 키워드로 하는 이야기를 하기에 알맞은 시기라고 생각했죠.
하퍼스 바자 최근 몇 년 동안 범죄, 액션 작품에 얼굴을 자주 비췄어요. 쫓거나, 쫓기기를 반복하면서요. 한때는 소년 같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보다 거친 장르물에 유독 갈증을 느꼈던 시기가 있었다죠?
김성철 누구나 인생의 어떤 시기마다 꽂히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다크한 장르물에 끌렸던 거고요. 갈증은 완전히 해소됐고, 이제는 확실히 소년보다 어른 남자에 가까워졌죠.(웃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요. 거칠고 장르적 특색이 강한 작품들을 연달아 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동시에 실패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밝고, 사랑스러운 작품에 끌려요. 장르물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거든요. 몇 년 동안 그런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람이 조금 피폐해지더라고요. 이쯤에서 통통 튀는 역할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다크한 장르물에 꽂혀 있던 시기에는 “사랑은 너무 현실이라 잘 빠져들지 못한다”고도 했어요. 복수, 원한, 증오 같은 감정보다 사랑을 담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렵나요?
김성철 좀 오만한 생각일 수 있지만, 저는 남녀가 너무 다르다는 걸 잘 알거든요. 그래서 둘 사이 문제가 될 법한 일은 애초에 하지를 말자는 주의예요. ‘대체 다들 왜 이걸 모를까?’ 싶은데, 남자애들하고 얘기해보면 정말 모르더라고요. 근데 보통 드라마에서는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나 싸움 날 상황이 자주 벌어지잖아요. 저는 양쪽을 너무 잘 이해해서 시나리오를 볼 때도 더 예민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올해 들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청춘일 때의 얼굴을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장르물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캐릭터가 대체로 강하다 보니 제가 가진 어떤 부분을 쓰기보단, 캐릭터를 통째로 입는 게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아요. 저는 저라는 사람의 색이 묻어난 작품들을 더 남기고 싶어요. 그런데 또 모르죠. 이 생각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톱, 팬츠, 벨트는 모두 Am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은 Theendquestion. 목걸이, 반지는 Chrome Hearts. 캡은 포토그래퍼 소장품.
재킷은 Recto. 팬츠는 Club Monaco.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벨트,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시청자 입장에서는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나 로맨스 드라마, 영화 보는 건 좋아해요?
김성철 완전요. 연프, 로맨틱 코미디 너무 좋아해요. 집에서 막 “뭐야~!” 소리 지르면서 보고 그래요. 한때는 나도 저런 역할 해보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저 배우가 저 역할을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고요.
하퍼스 바자 최근에는 어떤 걸 재밌게 봤어요?
김성철 <월간 남친>?(웃음)
하퍼스 바자 공백기 없이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몇 년에 걸쳐 최소 두세 작품씩 맞물려 촬영을 해왔을 텐데요. 연기하지 않는 틈새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요?
김성철 일하지 않는 시간의 일상은 대체로 똑같아요. 대본 보고, 연습하고, 운동하고. 요즘은 경제나 세계 정세 관련된 뉴스를 챙겨 보려 하고 있어요. 제 안에 너무 미디어 쪽 데이터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서요. 제가 2014년에 데뷔했으니 못해도 12년 동안은 정말 연기만 하며 살았어요. 오늘 같은 화보 작업도 저에게는 연기거든요. 제가 모델은 아니니까요. 12년 동안 일만 하고 살아서인지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는 멈춰 있는데 세상은 너무 빠르고 크게 변하잖아요. 가만히 있지 말고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어요.
하퍼스 바자 “연기와 삶은 맞닿아 있어 궁극적으로 인생을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도 했죠.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뭘까요?
김성철 삶은 내가 클 수 있는 ‘키’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키는 유전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한계는 정해져 있어요. 정해진 결말을 크게 뒤엎을 수는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지 않고, 잠도 안 자고, 키 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한계치까지도 못 가잖아요. 노력을 해야 하죠. 정해진 유전자의 영향을 넘어설 수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렇게 키를 키우는 과정이 삶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쑥쑥 크는 시기는 유한할 테고, 언젠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 느껴지는 때가 올 거예요.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즐기면서 ‘마치 나는 한계 따위 없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삶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진 그릇의 크기를 키울 생각을 하기보다 여기에 무얼 담을까,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담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채우다 보면 분명 더 좋은 연기가 나올 거라고 믿어요.
하퍼스 바자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단역으로 시작해 <데스노트>와 <지킬 앤 하이드>에 이르기까지. OTT 시리즈 주연과 영화, TV 드라마, 연극 무대를 누비며 배우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하고 있는 김성철의 필모그래피는 같은 직업을 꿈꾸는 누군가에겐 모범 답안으로 통할 거예요. 스스로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김성철 성공의 사전적 뜻을 생각하면 그렇죠. 연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오직 데뷔만을 꿈꾸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단역부터 시작해서 이곳까지 왔으니 성장했고,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기로만 따지면 성공의 기분을 느끼던 때도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은 성공의 기쁨과 행복을 넘어, 같은 마음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커요. 지난 설 연휴 즈음에는 <데스 노트> 공연을 하는데 커튼콜 할 때마다 울컥하는 거예요. 내가 <데스 노트> 공연만 150번은 했을 텐데 어떻게 아직도 매진이 되는 걸까, 도대체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어떤 이유로 온 걸까. 한번은 2층에서까지 기립박수가 나왔어요. 보통 1층에서는 기립을 해도 2층까지 하진 않거든요. 공연이 진짜 좋았다는 거죠. 그 광경을 보니 내가 관객들이 투자한 시간과 돈만큼의 값어치는 했겠구나, 싶어서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어요. 요즘 저에게는 그런 감사한 마음이 아주 큰 자극제가 돼요.
하퍼스 바자 말하자면 지금은 덤으로 주어진 시간인 건가요?
김성철 분명한 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거예요. 까불지 않고, 겸손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위한 고민을 놓지만 않는다면 이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 오래 갈 수 있겠죠.
아우터는 Stu.
톱은 Theendquestion. 목걸이는 Chrome Hearts.
팬츠는 Soonjeans.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이소정
- 헤어/ 이민아
- 메이크업/ 이은경
-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 로케이션/ 빌라 토라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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