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박보검의 산수화 한복 커버 기억하시나요? '한복문'을 만나 나눈 이야기

2025 한복웨이브에 선정된 '한복문' 디자이너를 만나다.

프로필 by 이진선 2026.01.27

NOW HAN BOK


K-컬처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한복의 위상도 과거와 다르다. 잠재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복 기업과 한류 문화 예술인이 만나 세계 시장에 진출 가능한 한복 상품을 만들고, 한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복웨이브(Hanbok Wave) 프로젝트. 2025 한복웨이브에 선정된 한복문(Hanbok Moon)의 황선태 대표를 만나 지금의 한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덧저고리, 전행웃치마는 Hanbok Moon. 금나비 배씨댕기, 수·복 새앙댕기, 쑥비취 투호 노리개, 양손에 낀 가락지는 모두 Seulgijumeoni.


퍼프 저고리, 금박 주름치마, 버선은 Hanbok Moon. 족두리, 수·복 새앙댕기, 비비드 발향 가락지 노리개, 양손에 낀 가락지는 모두 Seulgijumeoni.


하퍼스 바자 작년 추석이었죠? 배우 박보검 씨와 함께한 <바자>의 한복웨이브 화보가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5 한복웨이브에 선정된 4개의 브랜드 중 하나인 한복문의 대표로서 당시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황선태 그 화보가 공개되는 날 베를린에 있었어요. 다른 한복 디자이너가 신세계백화점 전광판을 장식한 화보 영상을 보내주었는데 정말 감동했죠. 한국뿐 아니라 파리, 뉴욕, 밀라노, 도쿄의 랜드마크에도 같은 영상이 송출되었구요. 굉장한 파급력을 가진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것이 새삼 실감나더군요. 또 제가 해외 여러 나라에 강연을 다니는데 그곳 학생들로부터도 뜨거운 피드백을 받았어요. 한복 제작 과정부터 화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모든 이들의 힘이 한데 모아지니 이렇게 큰 성과를 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박보검 씨가 입은 한복문의 의상 중 어떤 룩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황선태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던, 산수화를 담은 도포 룩입니다. 제가 고흐를 참 좋아하는데요. 그의 그림을 보면 곧 그의 나라가 담겨 있더라고요. 그 나라의 하늘부터 들풀까지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양화 같은 옷이었으면 했죠.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듯 사람들이 그 옷을 보고 ‘한국’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퍼스 바자 촬영 당시 저희 모두 예민하게 봤던 부분이 새로운 디자인의 한복인 만큼 ‘이 옷이 기모노 혹은 한푸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한복을 만들 때도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황선태 물론이에요. 요즘 한복, 한푸, 기모노가 아주 교묘하게 섞여 있는 AI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종종 접하곤 합니다. 한복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아요. 때문에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때 이 부분을 경계하라고 자주 얘기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기본과 형식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알고 있어야 하죠. 그 지식을 습득한 다음에 발현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계속 흔들리게 될 거예요.

하퍼스 바자 한복웨이브 심사에 저도 참여했었습니다만, 대한민국에 이렇게 다양한 색의 한복의 만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발이 되었는데, 한복문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황선태 어머니 때부터 이어진 브랜드라 역사가 깊고, 소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큰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저는 한복웨이브 인물이 박보검 배우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소재를 구하기 위해 진주로 내려갔었는데요. 그만큼 한복에서 소재가 중요하죠. 하지만 막상 현실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복 소재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저희는 인물에 맞춰 소재를 가장 먼저 찾았고, 이를 일러스트에 입혔죠. 그런 노력이 전달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하퍼스 바자 지난번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복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철학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전통은 전통답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현대 한복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잇는 옷이어야 합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와 조화를 이루는 옷,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

황선태 한복은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계속 습득을 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기회가 잘 없죠. 태어났을 때 엄마가 입혀주는 돌복, 유치원 명절 행사 때 입는 한복, 그 다음이 결혼식 한복일 거예요. 그마저도 요즘엔 한복을 잘 안 입는 추세고요. 저희보다 윗세대는 할머니나 엄마가 입었던 계절 한복이라던지 하는 추억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라졌어요. 결국 잊혀져 간다는 얘기죠. 문화는 계속 축적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때문에 전통 한복을 하고자 한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옷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디자이너로서 전통을 구현한다고 하면 전통을 전통답게 제대로 가야죠.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차별화해야 하는데 입체 패턴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다 보니 전통성이 희미해져 가고 있어요. 물론 현대 한복(모던 한복)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현대 한복에 전통 한복에 담긴 그 모든 걸 구현하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발전을 막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현대 한복은 옷 안에 ‘한복의 향기’가 깃들면 됩니다. 지나가면서 스치듯 봐도 “이건 한복인데?” 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향기 말이에요. 전통 한복과 현대 한복은 나눠서 봐야 해요. ‘저게 한복이라고?’ ‘저건 한복이 아니지’라는 시각보다는, ‘지금 시대에 한복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저걸 원하는구나’ 하는 사고로 가야 합니다.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디자이너들도 그 취향에 맞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최근 세계적인 K-팝 그룹이 무대의상으로 한복의 뉘앙스가 있는 의상들을 선보이기도 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황선태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옷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무대의상들을 저는 패션 한복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렇게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게 참 고맙더라고요. 그 자체로 우리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퍼스 바자 대표님에게 한복은 어떤 의미인가요? 또 앞으로 어떤 한복을 만들어 나갈 계획인가요?

황선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웃음) 운명 이런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고요. 갈수록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분야예요. 한복을 하려면 해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굉장히 많아요. 옛 생활양식부터 건축까지 말이죠. 2025 한복웨이브에 참여하면서 제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한복 디자이너 중에서는 저도 이제 중년인데, 앞으로 한복을 지어나갈 때 ‘딱 이렇게 하겠어’라는 마음보다는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나이는 들지만 마음은 점점 젊어진달까요?(웃음)

하퍼스 바자 마지막으로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황선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 분야만 파지 말고, 다른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해요. 한복을 전공하더라도 의상 디자인을 기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죠. 앞으로는 이런 경험이 더더욱 필요할 거예요. 어디든 취업해서 3~4년 근무해보고, 그 이후로 한복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돌아와도 늦지 않아요. 한복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1인 기업, 소규모 기업이 많다는 건데 때문에 조직이나 운영 체계가 잡혀 있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체계적으로 배워서 오면 굉장히 큰 도움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장 치마저고리, 어깨에 두른 쓰개치마, 길게 늘어뜨린 노리개는 모두 Hanbok Moon. 머리에 장식한 꽂이와 뒤꽂이, 목숨 수(壽) 오봉술 무지개 노리개, 양손에 착용한 가락지는 모두 Seulgijumeoni.


Credit

  • 사진/ 신선혜
  • 모델/ 박희정
  • 헤어/ 이에녹
  • 메이크업/ 이숙경
  • 플로리스트/ 하이이화
  • 어시스턴트/ 김가람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