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공방 컬렉션 이후, 뉴욕의 에너지가 서울로 이어지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와 나눈 자유와 상상력, 그리고 샤넬의 다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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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2026 공방(Métiers d’art) 컬렉션의 막이 내린 직후, 뉴욕의 열기는 여전히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샤넬의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를 만났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샤넬,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상징성, 그리고 서울을 향한 다음 장면까지. 그의 이야기는 쇼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또 하나의 흥분이었다.
샤넬의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
뉴욕, 그리고 마티유 블라지의 첫 공방 컬렉션
하퍼스 바자 :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 합류 후 처음 선보이는 공방 컬렉션. 첫 무대로 뉴욕을 선택한 이유와, 이번 쇼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샤넬의 감정과 리듬은 무엇이었나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쇼트 필름에서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대비가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뉴욕은 에너지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데이 투 데이’의 공간이죠. 지하철은 그런 일상을 상징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배경이 됩니다. 다만 우리가 지하철을 선택한 이유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시네마토그래픽한 장면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유머와 가벼움, 자유로운 정서를 담은 상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컬렉션에는 아주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일상적인 여성도 있고, 매우 정교하게 차려입은 여성도 있으며, 마티유의 영감이 투영된 캐릭터들도 있죠. 그는 뉴욕의 여성들을 ‘헌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정제된 뉴욕과 에너지 넘치는 뉴욕, 서로 다른 층위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입니다. 우리는 이 지하철 장면을 상상의 공간, 서로 다른 여성들이 만나고 섞이며 뉴욕 특유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한 장면으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마티유의 자유이자 샤넬의 자유입니다. 샤넬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진 하우스니까요.
하퍼스 바자: 샤넬은 1985년부터 역사적인 아뜰리에들을 인수하며 le19M 생태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 아뜰리에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 협력자를 넘어, 각 컬렉션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는 창의적 주체로 자리잡았습니다. 오늘날 이 아뜰리에들이 샤넬의 크리에이션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이 공방들은 샤넬을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디자이너의 비전을 스케치에서 실제 옷과 액세서리로 구현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죠. 최고의 장인 정신과 정교함이 이 과정에서 발휘됩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룩들이 있는가 하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룩들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이 흥미로운 지점이며, 마티유가 처음 제시한 공방 비전이기도 합니다. 공방들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서로 다른 아틀리에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며, 각자의 노하우와 기술 유산을 바탕으로 컬렉션에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오늘날처럼 패션의 속도가 매우 빠른 시대에, 하나의 플리츠, 깃털, 단추를 위해 오랜 시간과 수많은 손길이 투입되는 이런 ‘느린 장인 정신(slow craftsmanship)’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샤넬이 이러한 방식에 계속해서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은 매년 10개의 컬렉션을 선보이지만, 이 중 8개는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이고, 나머지는 오트 쿠튀르입니다. 각 컬렉션은 고객에게 다른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있죠.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각각 뚜렷한 목적과 스토리를 지니고 있으며 장인 정신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티유 역시 이번 컬렉션을 약 6개월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리서치, 소재 선정, 실루엣과 형태를 다듬는 과정은 결코 3주만에 끝낼 수 없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룩일수록, 그 단순함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극도의 정교함을, 때로는 극도의 단순함을 향해 가는 과정이죠. 우리는 외부의 속도 경쟁에 맞추기보다, 고객에게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각 제품은 스토리텔링을 담아야 하고, 그것이 바로 럭셔리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제품이 전달하는 가치와 고유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차별화가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하퍼스 바자: 오랫동안 오프라인 경험이 샤넬 고객 경험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앞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샤넬의 고객 경험은 어떻게 확장될 것으로 보시나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무엇보다 중요한 경험은 여전히 부티크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경험을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샤넬은 부티크 방문 전과 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며, 고객이 실제로 부티크를 방문하기 전부터 이미 브랜드의 세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고객이 언제, 어디에서든 자신의 시간을 내어 부티크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최대한 소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방문 일정이 사전에 공유된다면, 우리는 그에 맞춰 준비하고 고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예고 없이 부티크를 찾는 고객도 많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셀러들이 각자의 취향과 기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고객이 부티크를 나설 때마다 항상 ‘영감을 받은 상태’이기를 바랍니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에게 점점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영감을 받고, 그 경험이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퍼스 바자: 한국 고객들은 샤넬의 유산과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동시에 기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샤넬이 특히 도전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저는 한국을 매우 사랑합니다. 한국 시장은 오랜 기간 우리에게 강한 에너지와 특별함을 보여주었고, 이미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앞으로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에 대한 기대치 역시 매우 높은 시장입니다. 동시에 취향이 굉장히 정교하기 때문에, 고객 경험을 더욱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핸드백이나 액세서리가 강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레디 투 웨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샤넬은 본질적으로 패션 하우스이기 때문에, 고객이 액세서리뿐 아니라 전체 실루엣과 스타일링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최근 한국 고객을 위해 아이템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케어를 제공하는 ‘Chanel & moi’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한층 강화된 애프터 서비스와 고객 케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경험은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컬렉션은 고객에게 더 강렬하고 더 나은 경험을 제안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부티크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팀을 어떻게 준비시키고, 컬렉션을 어떻게 이해시키며, 고객이 그 여정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돕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첫 컬렉션은 샤넬에게도 매우 특별한 순간입니다. ‘같은 샤넬이지만 조금 다른 샤넬’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팀과 고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샤넬은 언제나 내일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뉴욕에서 공개된 이번 공방 컬렉션은 내년 상반기 서울에서 다시 선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샤넬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를 갖는 도시인가요? 그리고 뉴욕 쇼에 이어 서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느끼시는 서울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서프라이즈! 저희는 때때로 예상 밖의 장소에서 쇼를 열곤 합니다. 뉴욕의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저는 서울의 에너지도 정말 좋아합니다. 두 도시는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매우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났다면, 서울에서는 또 다른 여성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두 도시 사이의 연결이 겉으로는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샤넬이기에 가능한 여정입니다. 샤넬은 시네마토그래피적 상상력과 자유를 통해 도시와 여성을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지하철이 영화적 장면의 배경이 되었지만, 그 곳은 사람들이 만나고 에너지가 흐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교차하는 지점을 찾게 될 것입니다. 꼭 지하철일 필요는 없고, 같은 설정을 반복할 계획도 없습니다.
이번 작업은 상상력, 자유로움, 그리고 서로 다른 고객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그리고 싶은 바로 그런 세계입니다. 그래서 서울에서의 쇼 역시 매우 흥미롭고, 즐겁고,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에서의 쇼는 무엇보다도 고객을 위한 자리입니다. 고객이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기술과 정교함을 느끼며 공방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도 크루즈 컬렉션을 레플리카 쇼 형식으로 선보였는데, 그때 역시 중심에는 ‘고객’이 있었습니다. 뉴욕에서의 쇼가 전 세계를 향한 ‘첫 장면’이었다면, 서울은 한국과 아시아의 고객들이 이 컬렉션의 비하인드와 디테일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공방 컬렉션 레플리카 쇼는 2026년 5월 26일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샤넬은 자유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입니다. 그렇기에 서울에서는 어떤 순간이 펼쳐질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여러분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Credit
- 사진/샤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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