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탈락에서 결승까지…저스트 메이크업 손테일

결승에 오른 결정적 순간과 촬영 비하인드 공개!

프로필 by 정혜미 2025.11.21

시간을 입은 우아한 여왕


“평생을 말하자면, 여왕을 흠모해왔어요. 동경했죠. 그런 인물의 생을 한번 그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막연히 꿈꿔왔어요. 어떤 역할을 만나도 여전히 설레듯이, 오늘도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 배우 김영옥


드레스는 Jaden Cho. 카디건은 Le17Septembre. 귀고리, 목걸이, 반지는 개인 소장품.

※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손테일’ 손주희

경력 29년 차 손주희는 교육학을 내려놓고 처음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던 그 시절의 열정으로 오늘도 작업에 임한다. 그 노력의 결실은 ‘디테일’이라는 정수로 응축되어 빛을 낸다. 시간이 쌓인 열정을 알기에, 그는 많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아티스트로 존재한다. “과감한 작업마저도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모든 건 꾸준한 연습과 치밀한 준비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어요.”


하퍼스 바자 <저스트 메이크업> 애청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손테일’만큼 손주희를 잘 표현하는 닉네임도 없다는 걸요. 누가 만든 이름인가요?

손주희 오래전에 특강을 했을 때 한 학생이 인증샷과 함께 ‘#손테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어요. 평소에 ‘디테일하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했고요. 그게 떠올라서 작가님께 제안했죠. 제 성이기도 하지만, 손(hands)과 디테일(detail)을 합친 이중적인 의미가 있어 마음에 들어요. 입에 착 붙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디테일함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해요.

하퍼스 바자 어떤 부분에서 단점으로 느끼나요?

손주희 때로는 소탐대실하게 돼요. 예를 들어 SNS는 빠른 속도가 중요한데 이전에 올린 피드와 조화롭지 않으면 다시 고치거나 아예 올리지 않아요. 일상에서는 털털하고 허당 같은 면도 있지만, 일에 들어가면 완벽주의자가 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그래서 손테일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요.

손주희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고민하고 연습한 결과물이에요. 모든 미션 때마다 보완할 점을 찾고 매일 연습했어요. 내 실력을 믿지 못하거나 불안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죠. 고민하고 노력할수록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걸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에 브러시를 놓을 수가 없어요. 늘 하던 내추럴 메이크업도 얼마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애굣살 하나, 피붓결 하나까지 계속 다듬었죠. 메이크업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하퍼스 바자 3라운드 투어스 팀 미션에서 ‘연습 벌레’의 면모가 잠깐 방송되었죠.(웃음)

손주희 준비 시간이 2주 정도 주어졌는데, 10일 동안은 모든 팀원이 모여 함께 연습했어요. 물론 저는 매일 했고요.(웃음) 아이돌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하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시연을 부탁해 보기도 하고, 영상을 찍어 수차례 따라 했어요. 경연 전날까지 글리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글리터 마술사’에게 연락해 빌리기도 했고요. 보이 그룹에 대한 연구도 정말 많이 했어요. 손등에 적은 ‘42(팬덤명)’가 다소 튄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알고 있었어요. 그건 온전히 팬들을 위한 이벤트였죠.

하퍼스 바자 팬들의 마음은 사로잡았지만, 탈락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피카소’ 룩을 선보였어요.

손주희 그 미션은 기술보다 감정이 더 컸어요. 살아남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마음조차 팀원들에게 미안했죠. ‘이런 욕심을 부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눈물이 날 것 같네요.) 그런 복잡한 심경을 피카소의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때로는 솔직한 감정이 가장 오래 남는다고 믿어요.

하퍼스 바자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 결과물은요?

손주희 ‘NEW FACE’의 카마데누(Ka-madhenu) 미션이요. 아트적인 영역이라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작가가 작품에 담아낸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기보다 그 세계를 온전히 옮겨오고 싶었죠. 그렇게 메이크업부터 헤어, 의상까지 구상한 그림이 실현됐을 때 그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하퍼스 바자 손테일의 ‘카마데누’를 보는 순간, 인어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손주희 특수 분장사 ‘퓨어디’에게 인어 비늘 만드는 법을 배워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해파리 촉수처럼 흐르는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액세서리를 제작했고,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에 부합하는 모델을 찾으려고 수십 명을 만나기도 했죠.

하퍼스 바자 이러한 미션들을 통해 메이크업을 바라보는 경계가 확장된 것 같아요. 손테일이 생각하는 메이크업이란 무엇인가요?

손주희 메이크업은 그 영역에 한계가 없다고 봐요. 그게 설사 분장 기법이든, 특수한 소재를 붙인 것이든 모두 메이크업이 될 수 있죠. 다만, 콘셉트에 부합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뷰티가 존재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에요.

하퍼스 바자 결승 미션 ‘Dreams’에서 김영옥 선생님의 꿈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손주희 촬영 전에 선생님에 대한 조사를 정말 많이 했어요. 어떤 역할을 해오셨고,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그러다 보니 깊은 존경심이 생기더라고요.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배역이든 성심을 다해 연기하신 분이거든요. 대화 중에 이런 말씀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나의 쓰임새가 있겠지. 귀하게 잘 쓰이겠지.” 이런 마음으로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진심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여왕’이라는 배우의 꿈을 꼭 실현해 드리고 싶었죠. 사실 화보 미션이니 모던한 모습으로 풀어볼까도 고민했지만, 제가 만족하는 결과물보다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 같은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하퍼스 바자 이 미션에서도 손테일의 디테일은 빛이 났어요.

손주희 ‘시간을 입은 우아한 여왕’. 세월이 스며든 선생님의 선과 색, 결을 우아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주름도 가리기보다는 자연스레 두고, 소프트한 그러데이션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죠. 아이홀을 강조해 서구적인 구조감도 주고자 했고요. 하지만 계획만큼 완벽하지 않았어요. 평소 앓던 어지럼증이 심해져 약을 먹고, 식은땀이 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질 정도였거든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주름을 하나하나 펴가며 작업해야 했는데, 손에서 난 땀 때문에 자꾸 지워지더라고요. 순위에 대한 마음은 내려놓고 선생님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하퍼스 바자 김영옥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만족해하셨어요.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손주희 그 말이면 충분해요.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최근에도 연락을 주셨어요. 곧 다시 만나기로 했죠. 저는 메이크업을 하는 대상마다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요. 투어스도 2주 동안 정말 사랑했어요.(웃음)

하퍼스 바자 메이크업도 여전히 사랑하나요?

손주희 네, 18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나와 독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죠. <저스트 메이크업>을 계기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독립할 용기도 얻게 됐어요. 지금은 <저스트손주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고, 곧 ‘손주희 랩 메이크업 &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도 오픈할 예정이에요. 머리가 하얗게 새고 손이 쭈글쭈글해져도 아티스트로서, 후배를 이끄는 디렉터로서 남고 싶어요.

Credit

  • 사진/ 신선혜
  • 헤어/안미연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