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지드래곤과 샤넬이 함께한 '굿데이'

파리의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에 등장한 지드래곤

프로필 by 서동범 2025.02.26

COMFORT HAS FORMS, LOVE HAS COLORS -GABRIELLE CHANEL


샤넬의 2025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낮과 밤의 서사, 과거와 미래 그리고 오늘의 시간을 아름다운 컬러로 물들였다.



공기처럼 가벼운 깃털 장식의 오트 쿠튀르 피스와 파리 그랑 팔레에 설치된 샤넬 뫼비우스 띠 위로 펼쳐진 2025 S/S 오트 쿠튀르 런웨이.

공기처럼 가벼운 깃털 장식의 오트 쿠튀르 피스와 파리 그랑 팔레에 설치된 샤넬 뫼비우스 띠 위로 펼쳐진 2025 S/S 오트 쿠튀르 런웨이.


샤넬의 장인정신이 관통하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 쇼 시작 전 포즈를 취한 지드래곤. 벌룬 실루엣이 돋보이는 보 장식의 롱 케이프 룩. 은빛 재킷과 화이트 스커트에 베일을 쓴 매력적인 신부의 모습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 룰루 테니.

1915년 가브리엘 샤넬은 첫 오트 쿠튀르 하우스를 열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추구했다. 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올해로 탄생 110주년을 맞이하며 샤넬 디자인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색’을 재조명한다. 20세기, 블랙 컬러만 사용한 파격의 미학으로 혁명을 일으킨 가브리엘 샤넬. 동시에 색채 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블랙과 화이트, 부드러운 파스텔, 선명하고 비비드한 컬러까지 세상 모든 컬러를 아우르며 사랑했다. 이번 2025 봄/여름 오트 쿠튀르 쇼를 구상한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가브리엘 샤넬의 색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고도의 기술력과 장인정신, 섬세하고 대담한 컬러 조합을 통해 구현한다.


쇼가 열린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 중앙에 설치한 샤넬 더블 C 형태의 거대한 런웨이는 무한대의 기호를 연상시켰다. 쇼의 무대 디자인은 시노그래퍼 겸 디자이너 윌로 페론(Willo Perron)이 구상한 것으로, 가장 오래된 오트 쿠튀르 하우스 중 하나인 샤넬의 한계 없는 디자인 세계를 표현한다. 하우스의 앰배서더 지드래곤을 비롯해 두아 리파, 릴리 로즈 뎁 등이 이 뫼비우스 띠의 프런트 로를 차지했고, 사운드 디렉터 미셸 고베르(Michel Gaubert)와 작곡가 구스타브 루드만(Gustave Rudman)이 함께 작업한 사운드트랙이 런웨이 공간을 가득 채우자 이내 쇼는 시작됐다. 화이트에서 밝은 톤, 파스텔 컬러의 따뜻한 색조로 이어진 룩은 미드나이트 블루, 블랙 등 정제된 컬러로 전환되며 낮에서 밤으로 흐르는 컬러 팔레트로 전개되었다. 여기에 새벽빛의 실크 크레이프 소재 파자마 앙상블, 햇살을 머금은 옐로 트위드 수트, 플리츠 장식 라일락 컬러의 트위드 드레스 등이 연이어 런웨이를 물들였다. 이어진 퍼플 컬러의 자카드 드레스와 함께 연출한 오렌지 핑크 코트, 플라운스 장식의 미모사 컬러 드레스 수트, 강렬한 레드와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미드나이트 블루 드레스까지. 그것은 마치 새벽 여명부터 어둠이 내린 후 밤하늘의 반짝임까지 모두 런웨이로 옮겨온 듯했다. 바로 샤넬 디자인의 핵심 요소인 ‘색’을 조명한 순간이었다. 백과 슈즈, 액세서리 역시 색의 서사가 이어졌다. 스트랩 슈즈, 플랫, 힐은 스카이 블루와 바이올렛, 화이트, 크림 컬러까지 다양한 컬러로 채색됐고 달·태양·까멜리아 모티프의 수정·메탈·라인 스톤 버튼과 벨트는 이번 컬렉션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가브리엘 샤넬의 색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고도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구현했다.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가브리엘 샤넬의 색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고도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구현했다.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가브리엘 샤넬의 색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고도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구현했다. 쇼 하루 전, 컬렉션을 위해 아틀리에에서 대기 중인 오트 쿠튀르 피스.

더블 새틴으로 만든 플리츠 장식의 하늘하늘한 셔츠 드레스, 걸을 때마다 가볍고 우아하게 펄럭이는 퍼프 장식의 스카이 블루 롱 케이프, 샴페인 컬러 트위드 소재 코트와 함께 연출한 반짝이는 화이트 시퀸 드레스…. 가벼운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을 비롯해 샤넬만의 뛰어난 기술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었을까? 동화처럼 몽환적이고 극적인 상상력은 곧 현실로 구현되었다. 여기에 스커트와 크롭트 재킷, 새틴 안감을 더한 카디건 그리고 자수와 페인팅 레이스를 활용해 트롱프뢰유(Trompe-l’œil) 효과로 재해석한 트위드 수트의 변주도 돋보였다.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며 모델 룰루 테니(Lulu Tenney)가 은빛 재킷과 화이트 스커트에 베일을 쓴 신부의 모습으로 등장해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편안함에는 형태가 있고 사랑 또한 색이 있다”고 전한 가브리엘 샤넬의 철학처럼 고도의 정밀함 속 자유로움을 선보인 샤넬의 2025 봄/여름 오트 쿠튀르 쇼. 이번 컬렉션은 하우스의 가치를 전달하고 브랜드만의 코드를 탐구하며 무한의 시간과 맞닿은 컬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심장부인 ‘플루’와 ‘타이외르’를 방문한 지드래곤의 모습과 작업실 풍경.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심장부인 ‘플루’와 ‘타이외르’를 방문한 지드래곤의 모습과 작업실 풍경.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심장부인 ‘플루’와 ‘타이외르’를 방문한 지드래곤의 모습과 작업실 풍경.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심장부인 ‘플루’와 ‘타이외르’를 방문한 지드래곤의 모습과 작업실 풍경.

한편 쇼 하루 전, 이번 샤넬 오트 쿠튀르 쇼 참석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하우스 앰배서더 지드래곤과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110년의 역사를 가진 샤넬의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가 특별히 그를 초대한 것. 캉봉(Cambon)가 31번지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근처에 자리한 다섯 개의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는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 주문까지 모든 디자인을 제작한다. 아틀리에의 중심인 ‘플루(Flou)’와 ‘타이외르(Tailleur)’는 샤넬 공방과의 협력을 통해 수작업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실루엣을 선보인다. 두 곳의 플루에서는 런웨이 위 은은하게 반짝이는 골드 레이스와 브론즈 크레이프 소재의 시스 롱 드레스, 공기처럼 가벼운 깃털 장식 피스 등 드레스, 스커트, 블라우스를 만들 때 쓰이는 튤, 오간자, 시폰, 레이스 같은 섬세하고 가벼운 패브릭을 전담한다. 그리고 세 곳의 타이외르 아틀리에서는 골드 트위드 더블 브레스트 브레이드 재킷과 쇼트 플리츠 스커트처럼 하우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트위드를 포함해 두께감 있는 소재를 사용한 재킷, 스커트, 팬츠, 코트의 제작을 맡고 있다. 지드래곤은 샤넬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의 심장부인 이곳에서 런웨이에 올리기 바로 직전의 오트 쿠튀르 작품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오랫동안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펼치며 수세대에 걸쳐 노하우를 전수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피스를 구현한 샤넬의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 가브리엘 샤넬부터 칼 라거펠트, 버지니 비아르까지 창작자들의 비전을 구현한 이곳의 장인들은 오늘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삶의 예술을 위해 끊임없이 작업 중이다.


Credit

  • 사진/ © Chanel, Kim Hyungsik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