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빅토리아 시크릿 쇼, 놓치지 말아야 할 이것?

2018년 쇼를 마지막으로 잠정 폐지되었던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복귀를 예고했다.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컬렉션 ‘더 투어(The Tour) 23’를 제외하면 무려 6년 만이다. 뛰어난 무대 연출과 화려한 모델·아티스트 라인업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던 만큼, 빅시쇼의 부활 소식은 순식간에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995년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시작돼 해마다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은 빅시쇼를 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는 엔젤, 날개, 그리고 판타지 브라.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속 계약 모델을 일컫는 ‘엔젤(angel)’은 커머셜 모델들의 커리어 하이를 대표하는 타이틀로, 하이디 클룸, 지젤 번천, 캔디스 스와네포엘, 미란다 커 역시 엔젤 출신이다(2021년 6월부로 폐지된 제도). 엔젤로 계약한 모델에게만 주어지는 또 다른 베네핏은 바로 '날개'. 빅시쇼에 서는 수많은 모델 중 오직 엔젤만이 착용할 수 있는 날개 장식을 뜻한다. 이때 모델들이 착용하는 날개의 크기와 화려함은 그들의 인기·경력에 비례하기 때문에 정상급 엔젤들이 착용한 날개는 허리가 휠 정도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그러나 명실상부 빅시쇼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판타지 브라(Fantasy Bra)일 것. 이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매해 쥬얼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선보이는 고가의 쥬얼리 브라로, 높은 인기와 스타성을 가진 톱 엔젤 만이 착용할 수 있는 빅시쇼만의 특별한 헤리티지 아이템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과 디자인, 매해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시스템 또한 판타지 브라만의 특징.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총 24개의 판타지 브라로 쇼의 정체성을 기록해 온 빅토리아 시크릿이 선보일 2024년 버전의 판타지 브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억 소리 나는 역대 최고가 브라부터 빅시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쥬얼리 브랜드까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 쇼의 핵심 관전 포인트, ALL ABOUT ‘FANTASY BRA’!


빅토리아 시크릿의 첫 번째 판타지 브라를 착용한 이는 90년대 슈퍼모델의 전성기를 주도한 클라우디아 시퍼. Million Dollar Miracle Bra로 불리는 판타지 브라를 입은 클라우디아의 화보는 당시 뉴욕 맨해튼에 새롭게 오픈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홍보물로 설치되었다. 이후 3년 뒤인 1999년, 티이라 뱅크스가 Million Dollar Miracle Bra와 함께 빅시쇼 무대에 오르기도.





24개의 판타지 브라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Red Hot Fantasy Bra/Panties. 8여년간 빅토리아 시크릿의 간판 엔젤로 명성을 쌓은 지젤 번천이 2000년 착용한 이 판타지 브라의 가격은 1,500만 달러(한화 약 204억원), 세계 최고가 브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다만 브랜드 캠페인 및 행사용으로만 선보여진 탓에 빅시쇼에서 그 실물을 영접할 순 없었다고.
이후 '빅시쇼 런웨이에 오른' 최고가 판타지 브라 타이틀은 하이디 클룸과 지젤 번천이 각각 2001년, 2005년에 착용한 Heavenly Star Bra와 Sexy Splendor Fantasy Bra에 주어졌다. 1,200개가 넘는 핑크 사파이어와 90캐럿의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가 자리한 헤븐리 스타 브라와 섬세한 플로럴 디자인이 특징인 섹시 스플렌더 판타지 브라는 모두 럭셔리 쥬얼리 브랜드 Mouawad의 작품. 가격은 1,250만 달러, 한화 약 169억원이다.


빅시쇼 역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모델이 판타지 브라의 모델이 된 이례적인 사건. 최장수 전속 엔젤로 무려 18번의 빅시쇼에 오른 아드리아나 리마와 동료 알렉산드라 앰브로시오가 착용한 Dream Angels Fantasy Bras는 무려 1,380시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작품으로, 한 제품당 한화 약 27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164캐럿의 다이아몬드와 229캐럿의 블루 사파이어로 장식된 블루 세트·레드 가넷, 옐로우 쿼츠 등 수백 개의 컬러 스톤이 사용된 레드 세트에는 도합 3만 2천개가량의 보석이 세팅되어 있다고.


2001년부터 빅토리아 시크릿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온 럭셔리 쥬얼리 브랜드 ‘모아워드(Mouawad)’. 총 24개의 판타지 브라 중 10개의 판타지 브라를 제작한 모아워드는 1890년 창립 이래 탁월한 장인 정신과 정교한 세공으로 쥬얼리 디자인·시계 제조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7년 모아워드가 단독 제작한 The Champagne Nights Fantasy Bra는 역대 판타지 브라 중 손꼽히는 마스터피스로, 옐로 사파이어와 블루 토파즈의 강렬한 대비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편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앤드 쥬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는 2009년과 2010년 2년간 판타지 브라를 제작했으며, 2018년 뉴욕에서 펼쳐진 마지막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판타지 브라 디자인은 스와로브스키가 장식했다.


2018년 11월 빅토리아 시크릿이 선보인 마지막 판타지 브라, Dream Angels Fantasy Bra. ‘지속 가능성’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제작된 이 판타지 브라에는 스와로브스키 실험실에서 재배된 합성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100% 탄소로 구성된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만의 특제 다이아몬드는 화학적·물리적 측면은 물론 경도와 채도까지 채굴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특성을 띤다고.
4명의 장인과 930시간의 제작 기간, 2천 개에 달하는 토파즈와 다이아몬드로 완성된 드림 엔젤스 판타지 브라는 모델 엘사 호스크와 함께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점은 2018년 처음으로 커머셜 버전의 판타지 브라가 출시되었다는 것.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채워진 판타지 브라의 사악한 가격에 놀라긴 이르다. 당시 빅토리아 시크릿은 일반 대중의 원활한(?) 쇼핑을 위해 다이아몬드가 아닌 크리스털 소재의 드림 엔젤스 판타지 브라를 250달러(한화 약 34만원)에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