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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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지금 저는 대한민국 서울, 어느 나른한 주말에 이 질문지를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현재가 궁금합니다. 당신은 지금 런던의 어디에 있고 어느 시간에 있나요?
손흥민 오늘 런던은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여느 때와 똑같이 샤워를 하고 침대에 앉아 창밖에 부는 쌀쌀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훈련이 없는 휴일이에요. 무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지 기대가 돼요.
하퍼스 바자 요즘 토트넘 단체 채팅방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년엔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웃긴 사진이 올라와서 다들 즐거워했던 일화를 들려준 적 있어요.
손흥민 요즘도 매일같이 시끌벅적한 채팅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웃음) 재밌는 영상이나 사진을 주고받고요. 최근에는 gif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해요. 예를 들면 팀 매니저가 오늘 미팅 몇 시라고 공지하면, 선수들이 서로 웃긴 gif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장난스럽게 거부 반응을 표현하는 거죠. 덕분에 많이 웃고 있습니다. 저는 채팅방에서 말을 많이 한다기보단 주로 조용히 웃으면서 읽는 타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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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부터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되었죠. 토트넘 주장을 맡은 이후 팀 혹은 개인에게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손흥민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말과 행동 모든 것이 클럽의 이미지와 연관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졌어요. 대표팀 주장으로 얻은 경험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소속팀에서 주장을 맡은 것은 저를 축구선수로서 인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하퍼스 바자 파페 사르, 브레넌 존슨 같은 어린 팀 메이트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동시에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손흥민 사실 조언보다는 편하게 의견을 나누는 정도인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보면, 같은 거죠. 음, 그나마 조언 비슷하게 자주 해주는 말이 하나 있네요. 대부분 어리고 재능이 엄청난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주곤 하죠. “너는 분명히 최고가 될 수 있다.” 대신 훈련할 때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따로 불러서 그 부분에 대해 꼭 짚어주고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 시간을 돌려보면 함부르크 SV 시절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당신에게 그런 존재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가 해줬던 조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요즘 더 와닿는 말이 있나요?
손흥민 저를 판 니스텔로이와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판 니스텔로이는 저에게 아주 커다란 존재였고 수많은 조언을 해줬지만 다른 사람과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진 않아요. 저에겐 정말 소중했던 둘만의 수업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혼자서만 그 추억을 간직하고 싶네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가 저에게 “필요한 것이 있거나 내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라고 말한 거예요 어린 시절 저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말이었고, 저 역시 그 말을 지금의 어린 선수들에게 똑같이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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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현재까지 본인 커리어에서 최고의 골을 뽑는다면 무엇인가요? 푸스카스 상을 받았던 번리전? 디펜딩 챔피언을 울린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손흥민 식상하겠지만(웃음) 저는 제가 넣은 모든 골이 소중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골이 더 멋있다고 콕 집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모든 골이 최고의 골입니다.
하퍼스 바자 가장 경기하기 까다로운 ‘원정 스타디움’은 어디인가요?
손흥민 너무 많은데….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단 하나도 쉬운 원정 경기가 없어요. 그중에서 특별히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구장은 리버풀의 안필드인 것 같아요. 리버풀 원정은 비교 불가할 만큼 열정적인 홈팬들의 에너지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유독 더 힘들어하죠.
하퍼스 바자 원정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팀을 승리로 이끈 뒤 버스에 앉아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다고 가정해볼게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은 무엇이 좋을까요?
손흥민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사실 경기장으로 향할 때는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텐션을 올리는 편입니다. 반대로 경기에서 이기고 집으로 돌아기는 길에는 아무리 기분이 날아갈 듯 좋더라도 저 자신을 차분하게 진정시킬 수 있는 노래를 듣는 편이에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럴 땐 에드 시런의 음악을 듣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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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축구 게임 FC24의 유저로 알고 있어요. 게임할 때 본인을 어느 포지션에 넣나요? 왼쪽 윙? 톱?
손흥민 상대 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중앙에 많이 세우는 것 같아요. 이유는 간단하죠! 골을 더 많이 넣으려고요.(웃음)
하퍼스 바자 이를테면 토티의 원터치 패스처럼, 은퇴한 선수를 포함하여 단 한명의 축구선수에게서 단 한 가지의 재능을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고 싶은가요?
손흥민 브라질 호나우두의 천재성을 가져오고 싶어요. 어릴 때 그의 영상을 엄청나게 찾아봤었죠. “와! 저런 플레이는 도저히 따라 하지도 못할 것 같다”라고 감탄한 명장면이 참 많았어요. 그만큼 대단한 플레이를 했고 대단한 축구선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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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많지만 당신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는 본 적 없어요. 그런 당신에게도 축구가 혼자만의 지독한 짝사랑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손흥민 축구가 짝사랑이라고 느낀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질문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언제나 축구 때문에 울고 축구 때문에 웃더라고요. 저희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축구와 자신이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느낀 지극히 사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손흥민 집 안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축구 영상을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차를 타고 가다가도 저도 모르게 창밖으로 길거리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유심히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결국엔 축구 이야기로 끝이 나죠. 저의 모든 사적인 순간 하나하나가 축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하퍼스 바자 ‘향상심’은 선수에게 중요한 동력일 텐데요. 여전히 자신의 축구 실력이 늘고 있다고 믿나요?
손흥민 그럼요! 보시는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감독님 밑에서 또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면서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프린트 트렌치코트, 셔츠, 쇼츠, 레이어드한 쇼츠, 로퍼는 모두 Burberry.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당신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당신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해 칭찬하더군요. 본인만의 멘탈 관리법이 있나요?
손흥민 항상 제 자신에게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 저의 멘탈 관리법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는 위기 상황 자체를 즐기기도 해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 그 뿌듯함이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주고, 만약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실패의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배운 것들로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결국은 좋은 날을 마주하고 있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2021년 한 인터뷰에서 “이건 정말 확실한 건데, 은퇴한다면 축구에 관한 일은 안 할 것 같아요. 저는 축구를 직접 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요즘도 같은 마음인가요? 축구 행정가나 감독 등 은퇴 이후에도 축구와 가깝게 지내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없는지 궁금해요.
손흥민 네! 이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와의 약속이고 이미 결정을 내린 부분이에요.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능력도 없을뿐더러 저는 제가 직접 공을 차는 순간을 사랑해요. 물론 축구와 가깝게는 지내야죠. 그때는 그저 한 명의 축구 팬으로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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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지금, 축구선수 손흥민의 꿈은?
손흥민 축구선수 손흥민은 욕심이 정말 많아요. 밖으로 보여지지 않을 뿐이지 저는 매 경기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만큼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요. 무엇보다 행복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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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에 촬영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